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랄라 Nov 14. 2023

소우주, 한 잔 하실래요?

소주 말고 소우주

"엄마, 이 노래 알아?"

"뭔데?"

"Pied Piper. 이것도 우리 방탄 오빠들 노래야."

"그래?"

"응, 이제부터 나한테 말 시키지 말고 들어봐. 알았지?"

"근데…"

"쉿!"

슝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입에 갖다댄 손가락도 꼿꼿했다. 난 더 묻지 않고 공원 두 바퀴를 도는 40분내내 

Pied Piper를 들어야했다. 그리고...기어코...돌아오고야 말았다. 질문의 시간이.

"들어보니 어때?"

"좋아."

"뻔한 대답 말고. 그러니까 어떻게 좋냐고."

"음..."

"엄마, 노래는 마음으로 듣는 거야. 가사를 음미하면서."

잠깐의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엄마를 가르친다. 기다리기 싫다는거지. 답답하다는 거지. 요놈!

"알아, 나도 알아. 엄마도 안다고!"

"엄마가 마음으로 들었으면 이 노래가 왜 좋은지 이유를 적어도 다섯개는 댈 수 있어야하는데."

"야, 그런 게 어딨어? 어떻게 다섯개나 대냐? 좋으면 좋은 거지."

"하, 우리 엄마. 언제 자라지? 있잖아. 내가 이 노래에 대해서 설명을 해 줄게. 잘 들어봐."

"아, 싫어. 그냥 우리 더 걷자. 산책하러 왔잖아."

더 걷자는 나와, 이야기를 듣고 다시 걷자는 딸과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맞다. 좋은 이유가 딱히 없이 그냥 좋을수도 있지만 이유를 만들어내자면 끝도 없이 만들어낼 수도 있다. 난 일부러 생각하는 척했고, 일부러 듣기 싫은 척했다. 이렇게하면 슝이 더 이야기하고 싶어하니까. 

"가자가자. 걷자걷자."

내가 걸으려 발을 뗄 때마다 슝이 팔을 잡아당겨서 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맞네. 크아, 역시! 그렇구나. 멋지다. 어쩜!" 나는 슝이 말을 잠깐씩 멈출 때마다 고개를 끄덕거리고 적절한 리액션을 섞어가며 억지로 들어주는 척 했지만, 솔직히 싫지 않았다. 슝이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할 수 있는 아이가 된 게 내심 기특하고 예쁘고 신기했다. 그리고 그 대상이 방탄이어서 좋았다. 사실 내가 슝보다 먼저 방탄을 좋아했었으니까.



슝이 방탄에 입덕한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슝은 그 동안 마마무의 팬이었다.

나는? 아재감성 충만한 아줌마였지. 이 나이에 조덕배, 김광석 노래를 입에 달고 살았으니. 그랬던 내가 어느 날 버터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스무스 라익 버러~ 라잌 크리미널 언더 커버~"

어느 순간, 다른 노래도 찾아듣기 시작했다. 오마이갓! 이 노래도 방탄 노래였어? 이것도? 이 노래도?

노래 제목도, 누구 노래인지도 모르고 들으며 좋다~ 했던 노래들이 알고보니 다 방탄 노래였다니.


그때부터 나의 덕질은 시작됐다. 슝이 맨날 마마무 영상볼 때마다 뭐라했던 내가. 마마무 기사 뜨면 읽어주고 카톡보내는 슝을 구박했던 내가. 어느날 슝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그때마다 읽씹하던 슝이 어느 날, 소우주를 듣고 있었다.

"너 이 노래 누구 노랜지 알아?"

"방탄."

"웬일이야? 방탄 노래를 다 듣고."

"흑...."

슝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당황스러웠다. 내가 뭐랬다고. 웬일이냐는 말이 뭐 울일인가? 너무 놀라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날 보더니 슝이 말했다.

"무슨 노래가 이래? 왜 울고 싶지 않은 날 울려?"

그리고 한참을 더 울었다.우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지 이불을 덮어쓴채로. 그리고 이불 밖으로 빨개진 얼굴을 내밀었다.

"엄마가 왜 방탄 좋아하는 지 알겠어."

"그래?"

"응, 노래를 듣는데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어. 뻔한 말인데 뻔하지 않고. 들으면 들을수록 더 그래."

나 사실 며칠 전부터 오빠들 노래 들었어.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노래가 다 좋아. 다."


별 거 아닌 일에도 꺄르륵 숨 넘어가게 웃던, 난 너무 행복해라고 말하던 네 말을 난 한번도 되짚어보지 않았구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난 그때 알았다.

14살. 겨우 14살인 이 아이가 속상하고 아픈 마음을 웃음으로 가리고. 숨기고. 삼켰다는 걸.

눈물 펑펑 흘릴 정도로 마음 속에 물이 가득 차 있었단 걸.


내 딸을 위로해 준 너무나 고마운.

소우주.

이 노래는 그때부터 나에게 아주 특별한 노래가 되었다.


돈이 생기는 족족 방탄앨범을 사 모으는 슝.

이번엔 어떤 앨범을 사오려나 기다리면서


물 마시듯

커피 마시듯

난 오늘도 난 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우린 빛나고 있네♩

♪각자의 방 각자의 별에서♩



#소우주

#방탄소년단

#우린_우리대로_빛나


작가의 이전글 오빠, 자기, 당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