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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와 배신 속 지옥도에서 영원한 안식 얻은 '존 윅'

 [리뷰]부성애 킬러 & "남의 개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 사랑꾼 킬러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땀과 살 냄새가 진동하는 마초남들의 타격 액션에 진수를 보여줬던 '존 윅' 시리즈가 의리와 배신 속 지옥도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는 킬러 존윅으로 엔딩을 장식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개봉했던 시리즈 영화 가운데 '전편보다 뛰어난 속편'이라는 호평을 이어온 킬러 소재의 프랜차이즈물이 코로나 해제 후 스크린으로 모여든 관객들에게도 작은 위안을 준다.


"하지만, 사랑할 대상이 있어야지 누군가는...
난 이제 평화를 찾았으니 당신도 찾아봐"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존 윅 4'에서 자유를 얻기 위해 하세계의 지배자인 최고회의와 최후의 결전을 치르는 존윅의 미장센을 통해 지난 시리즈의 모든 이야기를 마치 액자식으로 마무리 짓듯이 '존 윅 1'에서 편지 한 통과 반려견 한 마리를 남기고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의 유언을 다시 상기시키며 살아갈 이유를 찾는다.


영화 <매트릭스><콘스탄틴><스피드> 등에서 액션 스타로 리즈 시절을 보낸 존 윅 역의 키아누 리브스는 어느새 머리카락 히끗하고 얼굴 곳곳에 움푹 파인 주름으로 인해 세월을 느끼게 한다. 톰 크루즈, 조지 클루니와 더불어 1960년 대생으로 꽃중년의 톱스타로 기억되는 키아누 리브스는 '존 윅' 시리즈에서 어딘지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냉혹한 킬러들의 세계에 최고희의는 자녀를 볼모로 청부 살인을 사주하기도 하고 자신을 던져 자녀의 목숨을 구하는 아버지 캐릭터는 직업의 세계에 던져진 오늘 날의 중장년층 아버지처럼 다가와 이번 시리즈를 관통하는 또 다른 주제는 '부성애'일까.


'존 윅' 시리즈는 한정된 시간 동안 폐쇄된 공간에서 타격감 높은 액션 퍼포먼스를 통해 극한에 달한 인간의 살인 본능을 조명하며, 오래전 봤던 '석양의 무법자', '셰인' 등 웨스턴 무비를 오마쥬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호평으로 인해 '존 윅' 마니아도 양산시켰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길복순'이 '존 윅'을 오마쥬하기도 했다.


관객들은 알고 있다. '최고회의'라는 범접할 수 없는 상대가 천문학적인 현상금을 내거는 공개 청부살인 방송으로 인해 모든 킬러들의 타깃이 되는 등 그에게는 점점 악조건들이 펼쳐지며 지치고 힘든 가운데서 점점 힘겨운 상대와 마치 게임에서 결투해 스테이지를 하나씩 통과하듯 결투를 이어나가 존윅이 제한 시간 내에 미션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을.



특히 '존 윅 1'에서 살아갈 이유가 됐던 반려견이 살해당하자 살아갈 이유를 잃고 복수에 나선 존윅을 '노바디(아무것도 아닌 사람)'라고 부르는 빌런들을 떠올리도록 '존 윅 4'에서는 사냥개 한 마리와 현상금 사냥에 나선 '노바디'(새미어 앤더슨 분)가 등장해 '남의 개를 함부로 하지 말라'는 전설적인 킬러 존 윅의 경고에 헌사를 전한다.


‘존 윅 4’는 죽을 고비를 넘긴 ‘존 윅’(키아누 리브스 분)이 ‘최고 회의’가 내세운 빌런 그라몽 후작(빌 스카스가드 분)에 맞서 완전한 자유를 얻고 신의를 지키려는 고군분투를 이야기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홍콩 출신 배우 견자단과 빌런 빌 스카스가드 그리고 존 윅 시리즈마다 등장하는 솔로 여성 캐릭터로 리나 사와야마 등 아시아권 배우들이 캐스팅 돼 확장된 세계관을 그려냈다.


전편에서 그를 지지했던 뉴욕 콘티넨털호텔의 지배인 윈스턴(이안 맥쉐인 분)과 킹(로렌스 피쉬번) 그리고 일본 콘티넨털호텔의 지배인 시마즈 코지(사나다 히로유키 분)의 도움을 받아 최후의 결전을 이어 나간다.



전반부에 최고회의의 새로운 빌런 그라몽이 청부한 킬러들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 이어 후반부에서는 존윅을 돕는 친구들이 위기에 처하면서 시시각각 조여 오는 긴장감과 칼로 베고 총격전까지 액션 누아르에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액션 미학이 펼쳐진다.


특히 가족을 볼모로 과거 동료였던 시각장애 킬러 케인(견자단 분)과 일출 직전 222계단을 오르며 펼치는 액션 타격신에 이어 정상에 올라 붉은 해를 바라보는 모습은 이번 작품의 시그니처 미장센처럼 다가온다. 소리와 오감으로 상대의 타격을 방어하는 케인과 사정거리를 점점 좁혀가며 단발 승부를 펼치는 엔딩신은 이야기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서스펜스를 자아낸다.


다만, 169분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인물에 대한 스토리의 전개가 급작스럽고 개연성이 부족하지만 오히려 액션은 속편에서 더욱 빛을 낸다.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본드걸처럼 '존 윅' 시리즈마다 홍일점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도 인상적인데, 뉴욕 지점의 샤론을 떠올리는 극중 오사카 콘티넨탈호텔의 컨시어지 아키라는 이번 시리즈에서는 일본의 사무라이를 떠올리는 검객으로 타격감에 활극을 더했다.


케인과의 근접한 격투 엔딩신에서도 그는 시리즈를 관통하는 배신과 의리라는 주제를 몸소 체현해낸다. 우유를 좋아했던 킬러 '레옹'처럼 반려견을 사랑하는 킬러 '존 윅'은 자신의 묘비명에도 '다정한 남편'이라 새겨지길 원하며 사랑꾼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이제야 그는 비로소 안식을 얻었을까!  


/힐링큐레이터 시크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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