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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니맨 Jul 21. 2017

1세대와 '쇼미더머니'

그리고 스타크래프트와 리그오브레전드.

Show Me The Money

'쇼미더머니'는 어떤 이들에게는 즐거움을 주고 어떤 이들에게는 새로운 삶을 선물해 주기도 하며 어떤 이들에게는 쓴소리를 듣기도 한다. '쇼미더머니'는 올해도 어김없이 화제고 이 프로그램이 화제가 될수록 더 많은 실력자들이 모이고 씬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쇼미더머니'에 대한 평가를 하고자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생략할 것이다. 





힙합의 대명사 

20년 전 힙합의 대명사가 '마스터플랜' 이었다면 지금의 10대들에게 힙합의 대명사는 '쇼미더머니'가 아닐까. 그렇다. '힙합 더 바이브'가 해내지 못한걸 '쇼미더머니'는 해냈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 힙합은 많은 발전을 이뤄냈고 과거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은 이미 많이 이뤄졌다. 그만큼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1990년대 후반 '마스터플랜' 혹은 '슬러거' 혹은 '1999대한민국'을 시작으로 한 '대한민국 앨범 시리즈'에서 활동하던 풋풋한 젊은이들은 이미 40이 안 넘은 이들이 몇 안 남았고 그 시절의 음악들은 올드스쿨로 불려지고 있다. 





세대와 세대의 간격

어떤 분야든 좋든 싫든 1세대라는 이름을 짊어진 이들에게는 많은 시련이 닥친다. 이민 1세대들의 희생과 고생으로 다음 세대들은 조금씩 조금씩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듯이 이러한 부분은 불가피하다. 그런 것들을 따지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최근 '쇼미더머니'에 나온 1세대들을 보며 알 수 없는 많은 감정이 들었다. 악마의 편집의 영향도 조금은 있겠지만 누구는 비웃음 거리로 전락하기도 하고 가사를 까먹기도 하며 무개념으로 수많은 안티를 생성해 내기도 한다. 


작년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는 문장을 히트시키며 많은 안티를 생성했던  원썬형은 올해는 예선탈락하며 작년보다 나쁜 성적을 보여줬음에도 최근 쓰리잡 생활등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널리 알려지면서 일리네어를 위협할 정도의 많은 팬덤을 생성해 나가고 있으며 1일1원썬(하루 한번 원썬의 영상을 보자는 운동)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1일6월썬까지 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안타까움

문득 저것이 과연 공정한 경쟁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고 나온 일부 1세대들도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생계 등으로 인해 아주 오랫동안 꾸준히 음악을 하지 못했다면 제대로 된 승부를 펼치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역시 그런 부분도 경쟁이란 이름 아래서는 무의미한 이야기인 것도 잘 알고 있다. 다만 내가 안타까운 것은 대중들이 조금은 다르게 봐줬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스타크래프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 

문득 머릿속에 아주 유사한 비슷한 시대의 아이콘이 생각났다. 1세대들이  Starcraft로 보이고 요새 활동하는 힙합 뮤지션들은 League Of Legends로 대입되는 것이다.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태동기인 1998년 한국의 청소년들을 충격에 빠트리며 등장한 Starcraft는 한국의 수많은 학원들에 결석생들을 양산했으며 전국에 PC방이라는 위대한 문화를 만들어 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 6년째인 '쇼미더머니'보다 1년 앞서 등장해 전국의 초등학생들까지 들썩이게 하며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League Of Legends. 중국에 잠시 살던 시절이 있었는데 자금성 앞에 노점상을 하던 젊은 중국인이 한국사람이라고 하니 페이커의 나라라며 반가워했던 기억이 있고 미국에 살고 있는 지금 아프리카에서 온 한 친구가 'SKT1'  티쳐츠를 입고 나와 반가웠던 적도 있다. 


과연 두 게임 중 어떤 게임이 더 잘 만든 게임일까? 혹은 재밌는 게임일까? 임요환과 페이커가 동시대에 태어났으면 누가 최고였을까? 나는 솔직히 선뜻 대답할 수 없다. 어린 시절 용든을 모아 모아 학교가 끝나면 PC방에 달려가 Starcraft에 빠져 살았고 아저씨가 된 지금도 초, 중학생들과 사이좋게 욕을 주고받으며 하루 일과에 League Of Legends는 빼놓지 않고 살아가는데 도저히 어떤 것이 더 훌륭한 게임인지 선택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과연 Starcraft가 없었어도 League Of Legends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1995-96 시즌 시카고 불스 V/S 2015-16 시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즈

한참을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간단하다.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최근 과거 마이클 조던이 이끌던 왕조 시절의 시카고 불스와 현재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즈 중 어떤 팀이 더 훌륭한 팀이냐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다. 그들을 20년 전의 상태로 돌려서 지금의 워리어즈와 붙어보지 않는다면 결코 그 정답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세대는 바뀌며 누군가에게 전성기라는 이름이 허락되는 시간은 애석하게도 그리 길지 못하다. 선동렬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었으면 박찬호보다 많은 승수를 올렸을까? 박찬호가 전성기 시절 한국 프로야구에 왔다면 선동렬처럼 0점대 방어율을 찍을 수 있었을까? 





드래곤볼 V/S 원피스

어린 시절 드래곤볼을 처음 봤을 때는 정말 충격이었다. 너무 새로웠고 재밌었으며 드래곤볼은 우리와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줬다. 아마 죽을 때까지 이보다 훌륭한 만화는 나오지 않으리라 확신했다. 하지만 언젠가 함께 살던 형이 틈만 나면 만화를 보는 것을 두고 핀잔을 한 적이 있었다. 바쁘게 사회생활을 해야 했기에 안중에도 없었던 그 만화를 교통사고로 병원해 입원해 있을 때 따분함에 못이겨 마지못해 보기 시작했는데 결국은 원피스 덕후가 되어있다. 


드래곤볼과 원피스는 일본과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매우 유명하다. 기네스 기록들을 가지고 있는 만화들이지만 무엇이 더 최고인지 생각할 필요 없이 내 어린 시절의 최고의 만화는 드래곤볼 이였으며  성인이 된 후에 최고의 만화는 원피스라고 정리하고 싶다. 원피스의 작가 오다 에이치로가 어린 시절 드래곤볼의 광팬이었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공공연히 밝힐 만큼 드래곤볼의 작가인 토리야마 아키라를 리스펙 한다. 역시 같은 의문이 떠오른다. 만약 드래곤볼이 없었으면 원피스가 탄생했을까? 루피가 카카로트를 이기진 못하겠지?





잠시 옛날 얘기

20여 년 전 신촌의 한 건물의 지하 작은 공연장에서는 한국에 힙합이라는 생소한 장르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사이즈 300이 넘는 운동화에 바닥을 쓸고 다닐듯한 큰 힙합바지를 입고 헐렁한 2XL 져지와 모자를 삐뚤게 걸친 사람들은 그곳에 모여 온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말로 된 랩을 연구하며 매주 공연을 하고 있었다. 관객은 10여 명 남짓. 초반에는 공연팀이 10팀이 조금 안됐던 것 같으니 공연자 수보다 적은 관객들은 어쩌면 지인들로부터 시작됐을 수도 있겠다.  관객수는 어느덧 30명, 50명, 100명을 넘어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꽉 들어차 입장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그러기 위해 걸린 시간은 아마 2,3년 정도. 


그들은 서툴지만 각자의 이야기들을 꾸준히 뱉어냈고 한국 힙합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을 시기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공연을 지켜보며 배워갔며 한국말로 어떻게 표현하면 랩을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당시 언론에는 한국어는 영어와 달라 미국의 그것처럼 라임을 만들 수 없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오기도 했을 시절이다. 어쩌면 아이폰 8 출시를 앞두고 있는 이 시대에 삐삐나 시티폰 시절을 이해시키는 것만큼 어려울 수도 있다. 


어쨌든 그만큼 맨땅에서 시작을 했고 그만큼 불투명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꿈을 위해 젊음을 바쳐간 사람들. 그들이 힘겨운 삶과 사투를 벌이다 잠시 묻어두었던 꿈을 위해 도전을 했을 때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을까. 적어도 그들에게 비웃음보다는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세리 키즈 

박세리 키즈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1998년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것을 기점으로, 이 무렵 박세리처럼 되기 위해  골프를 시작한 여자골프선수를 가리키는 단어라고 한다. 골프의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이 박세리라는 걸출한 골프스타를 탄생시키며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골프를 가리키기 시작했고 그 결과 20여 년간 수많은 골프 여왕들을 만들어냈다. 


최근 끝난 US 여자오픈에서는 마치 빅뱅이 멜론에 정규앨범 줄 세우기 하듯  톱 10에 한국 선수가 8명이나 포함되는 무서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 한국 힙합은 앞으로 10년 후에도 더욱 발전해 있을 것이고 그들은 한국 힙합을 들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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