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여덟즈음,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서울역 한 귀퉁이에 안에 작은 분식집을 열었다.
품목은 떡볶이, 오뎅, 토스트 등의 간단한 분식류를 파는데 천원, 이천원씩 손에 쥐어지는 게
꽤 쏠쏠해 아침 다섯시부터 밤 열두시까지 문을 열어놓고 오전에는 이모님께 맡기고
나는 오전에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후엔 서울역으로 돌아가 장사를 계속 했다.
어느 날인가, 사회에서 만나 일년 정도 알고 지내던 꽤 친구 하나가 자기를 제발 한번만 살려달라며 나를 찾아왔다. 무작정 장사를 하는 내가 부럽고 회사일이 너무 숨이막혀 다니지 못하겠다며 일을 배울테니 이 분식집에서 장사를 시작해보고 싶다는 부탁이었다.
핑계를 대자면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지라, 친구라면 이런 경험도 함께 나누면 좋겠다 싶어 어차피
긴 시간 운영되는 가게이니 아침 장사는 그 친구에게, 오후 장사는 내가 맡게 되었는데 너무 쉽게 판단했던 그 일로 나는 그 자리에서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직접 장사를 배우며 시작해보고 싶다는 그 친구는 한달이 채 되지 않아 가게 문을 제 때 열지 않기 시작했고, 그렇게 손님들의 발길은 점점 끊겨갔다. 이유는 단순히 자신이 생각했던 것만큼 현금으로 매일 돈을 쥘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설상가상으로 내가 그 가게를 전전세(전세를 얻은 사람이 세를 더 얹어 내게 세를 주는 것)에 얻은 것을 알고있는 것을 빌미로 매트로에 신고하여 문을 닫게 된 것이었다.
그 일로 인하여 2년동안 서류가 오가며 법정싸움을 계속했다. 이외에 다른 일들을 하고 있는 나는
친구의 배신, 그리고 모아둔 돈으로 시작했던 장사를 말아먹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자책하는 일들이 많았는데, 그 때 나보다 내 일을 더 마음 아파한 엄마는 그렇게 한순간에 다 날려버린 내게
“네가 열심히 벌어 모아둔 돈으로 시작한 일이 이렇게 되어 엄마는 가슴이 아프지만, 살다보면 이런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날지도 몰라.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겪는 일은 힘들지만, 경험해본 일을 또 겪는 일은 조금 더 낫거든. 비싼 경험이었다고 생각하자. 다시 반복하지 않으면 되는 실수” 라며 나를 위로해주셨다.
몇 천만원짜리 경험이라니, 말도 안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잘된 일은 아니었지만 비싼 돈 주고 배웠다고 생각하니 훨씬 마음이 나아졌다.
어떠한 일이든 의미없이, 쓸데없이 지나가는 일들을 없다.
혹시나 내가 선택한 일에 있어, 그것이 잘 되지 않았다고 하여 후회를 하고 있다면
그 잘 되지 않은 일도 당신이 잘 되기 위한 과정 중의 하나였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당신이 선택하여 도전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나의 길을 잘 구축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한걸음씩 잘 나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당신은,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