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하고 서로 다른 삶이었지만 공감하고 느끼며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힐링이며 아직도 세상은 내게 너무나도 넓고 또 배울 것이 많다는 사실은 때때로 생각지 못한 때에 찾아온다.
요즘은 사람의 눈을 보고 대화하는 게 참 어렵다는 것도 알고, 목적의식이 있지 않은 이상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시간들이 정말 작은데 또래나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아닌 인생을 훨씬 앞서 사신 분과의 대화는 오랜만에 가슴에 단비같은 시간이었다.
자신을 오후, 이제 막 열살이 된 딸을 새벽이라 부르는 이 멋진 오십대의 오후는, 불혹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셨다고 그리고 더는 미련이 없어 결혼한 일의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자식을 위한 희생이란 말을 쓰지 않으신다고, 하고 싶어서 결혼을 했고 하고 싶어서 엄마가 되었으니, 새벽녘처럼 이르고 서툰 자신의 새벽을 위해 살아가고 싶다는 멋진 엄마로서의, 그래서 함께 여행을 떠나왔노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솔한 대화라는게 이토록이나 힘이 세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지라도 함께 하는 단 몇 분의 시간이 이렇게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꿈꿔볼 수 있으니.
서른 다섯, 결혼은 안했지만
멋진 엄마를 꿈꿀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