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라는 건 참으로 이상하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속에서 그날의 기분에 따라
내가 떠올리기 나름이라는 것.
제주에 오면 매번 가는 아침산책에서
아주 오랫동안 만났던 사람을 만났다.
스물 일곱 언저리즈음 만났던 뜨거운 여름같은 사람.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고 생각하는 주의라 애써 미화하고 싶진 않지만
그냥 오늘처럼 스쳐 지나가는 추억의 한 장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고 싶은.
기분이 오묘하다.
습관이 참 무섭다고 멀리서 걸어오는 실루엣만 봐도
그 사람인 걸 알아채고는 가슴이 철렁한다는 것이.
새로이 만나는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고개를 푹 숙이며 내 앞을 지나간다는 것이.
사랑이라는 게 참 그렇다.
죽고 못 살다가도 이렇게 스치는 바람처럼 지나가는 것,
오래된 일의 기억처럼 묻어두는 것,.
시간이 많이 지나버린 건지,
헤어질 때 들었던 미운 마음과 원망스러움보단
언제나 그저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행복하게, 잘 살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