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낸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업무량이 많았던 건 결코 아닌데, 이상하게 정신이 없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간 건지 모르겠다. 벌써 밤이다. 집에는 어떻게 온 걸까? 시간에 구멍이 난 것만 같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건, 엄마가 가버렸다는 사실 하나 뿐이다. 간만에 만난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같이 TV를 보며 같은 시간에 불을 끄고 잠들던 주말이 지나가 버렸다. 내 공간에서 엄마가 사라진 건데, 어째서 온 시간이 텅 비어버린 것처럼 느껴지는지 모를 일이다.
이런 날에는 까무룩 졸고 있는 고양이를 조용히, 가만히, 오래도록 바라보면서 다시 나의 시간 감각을 평시로 돌려놓으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얕은 잠을 자는 고양이가 나른하게 꼬리를 흔드는 박자에 시곗소리가 규칙적으로 끼어들고, 그걸 가만히 보고 듣노라면 마음이 진정되면서 시간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벌써 N시라며 놀라거나 아직도 N시밖에 안 되었다며 지루해하는 게 아니라, 그냥 지금이 그때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달까?
다시 돌아갈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