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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 Mar 14. 2024

글 쓰는 자유로움

브런치에 가입하고 처음 글을 쓴 게 벌써 8년 전이다. 브런치에 올리던 글로 운 좋게 상도 받고, 그걸 계기로 책도 내고 그리고 지금까지 열 권의 책을 쓰고 출판했다. 그러는 동안 이전에는 해보지 못한 많은 경험들을 했다. 내가 혼자 보거나 내 지인들과만 공유해 보던 글들이 공식적으로 세상에 나가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가닿는 것. 그들의 삶의 여정 어느 순간에 내 책이 함께한다는 건 매우 벅차고 좋은 일이었다.

 

책을 만들면서부터 희한하게 내가 원래 가장 잘하는 것. 그러니까 내 일상을 기록하는 일에는 조금 소홀해졌다. 이전처럼 매년 여행을 떠났고 일상에서 이웃들과 풍요로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걸 이전처럼 세세히 기록하지는 못하고, 그냥 그때그때 인스타그램에 기념사진 찍듯 그때의 이미지만을 남겼던 것 같다. 물론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았더라면 못 만났을 동네 친구도 있고, 못 만났을 소중한 인연들도 있다. 모든 소셜미디어가 그렇듯, 결국 이걸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내게 약도 되고 독도 될 텐데. 어느 순간 내가 인스타그램 위주로 삶을 기록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구구절절  유롭게 길게 써 내려가원래 습관이 사라졌고 휴대폰 앨범에는 정리하기가 벅찰 만큼의 사진이 가득 차 있었다. 더 이상 내 의지대로가 아닌 인스타그램의 의지대로 내 삶을 기록하고 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인스타그램을 의식적으로 멈추고, 내 휴대폰 메모장과 개인 블로그, 또 외장하드에 쌓여있던 글과 사진들을 내 방식대로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를 하고 나니 내가 어떤  버리고 어떤 걸 남기는 사람인지 무엇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인지 명료해졌다. 다시 글을 쓰기 위해 비공개 계정을 만들 요즘 나는 그곳에 내 하루하루를 써 내려간다. 내가 유일한 독자인 곳. 오롯이 나를 위한 기록장.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글쓰기를 하고 있다. 한동안 책을 만들기 위한 글들을 고르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러느라 놓쳤던 아무 목적 없는 글쓰기의 즐거움이 퐁퐁 되살아났다.


브런치에 글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브런치는 그동안 계속 진화해 왔는데 매거진, 브런치북에 이어 요즘은 연재 기능도 생긴 것 같다. 이럴수록 뭔가 테마를 잡고 거기에 맞는 글을 완성도 있게 써내야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글이 될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한동안 그런 글을 써오고 책을 쓰고 출판해 온 사람으로서 내게 여전히 가장 큰 즐거움은 그냥 그때그때 떠오르는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을 때의 자유로움이다. 올해는 이 자유로움을 잃지 않으면서 계속 글을 쓰고 책을 만들어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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