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남편의 몽유병으로 위기해 처한 부인 수진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면서 벌어지는 아찔하고도 위험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가족 내부의 문제로 인한 트라우마가 외부의 분노로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섬뜩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선균 배우의 연기도 좋지만 정유미 배우의 연기는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제한된 장소와 인물들로 제작비를 아끼고도 흥미롭고 신선한 이야기를 만든 유재선 감독의 능력이 대단하다 여겨지더군요. 또한 대중적이지 않은 이야기로 손익분기점을 넘은 것에 대해서도 박수를 쳐주고 싶네요.
모두가 안됀다고 할 때
수진은 임신을 앞두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걱정이 많을 시기인데, 남편 현수가 몽류병으로 위험천만한 일들을 벌입니다. 얼굴을 긁어서 피투성이가 되고, 창문으로 투신을 하려하며, 멀쩡한 강아지를 살해합니다. 저는 강아지를 살해하는 장면에서 정말 무섭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수진은 결코 현수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둘이 함께 하면 해결하지 못할일은 없다라는 게 가훈일 정도로 가족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아마도 개를 살해할 정도의 사건이라면 일반적인 부부는 포기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수면 클리닉으로부터 수진은 남편의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하지만 의학으로도 현수의 몽류병이 해결되지 않자. 아마도 이 순간 수진은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모든 노력을 다해도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가족 내부의 문제가 외부에 대한 분노로 분출될 때
그토록 절실하게 매달리던 문제가 본인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 수진이 택한 것은 무당이었습니다. 무당은 그 많은 사람들이 하지 않았던 문제의 핵심을 집어내고 귀신이라는 적을 만들어 냅니다. 수진은 그동안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없었던 일에 해결책이 보이자 극도로 이끌리게 됩니다. 그리고 귀신과의 전쟁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귀신과 싸우기만 하면 될 일이지만, 애꿎은 귀신의 가족들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이릅니다.
사실 세상의 많은 문제는 원인을 정확하게 집어 낼 수 없으며, 그 해결에 이르는 길도 어렵고, 어쩌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도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수진은 맹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보니 잘못된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이라 생각해요. 그렇게 화살을 외부로 향하고 분노를 표출할 때.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게는 묻지마 폭력이 될 수도 있고, 크게는 테러와 전쟁 행위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사회적인 문제와 분노의 원인과 결과를 가족이라는 소집단으로서 효과적으로 은유해 냈다고 생각합니다.
현수의 말처럼 내가 믿든 않믿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결말 또한 귀신이 떠나가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수진의 폭력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현수의 헌신적인 연기였을지 모르니까요. 극중 현수의 직업은 배우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오컬트가 아닌 미스테리 영화
영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호러 오컬트 영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표현하는 방식은 결코 공포영화가 아니죠. 그것은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미스테리이지 결코 오컬트가 아니었다는 점이겠죠. 결말의 확신성이 영화의 주제가 아니라. 영화가 시작되면서 벌어지는 수진의 당혹감과 혼란스러운 감정이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 혼란 속에서 잘못된 선택을 내린 수진의 모습이 너무 공감이 가면서도 안타깝게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정말 잘만들어진 미스테리 영화이면서 시의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내용인데 소리로 듣고 싶은 분들은 유튜브 영상을 시청해주세요. 영화영상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