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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드 May 10. 2020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엠마와 클레오'

영국의 핫(Hot)한 오픈뱅킹 가계부를 소개합니다.

엠마와 클레오, 이 두 친구는 내가 요즘 자주 사용하는 가계부 앱이다. 처음 친구로부터 이 앱의 이름을 들었을 때는 어떤 앱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매일 꼭 한 번은 열어보는 나만의 재정 친구이다.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인공지능 기반 오픈뱅킹 가계부 앱,

클레오(Cleo)엠마(Emma).



오픈뱅킹?


오픈 뱅킹(open banking)은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은행 계좌를 연결해 준다. 나는 7개의 다른 영국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는데, 각 은행의 앱을 핸드폰에 설치해서 사용해왔다. 하지만 엠마와 클레오를 설치한 이후로는 이 앱들은 거의 열어보지 않는다. 클레오와 엠마 같은 오픈뱅킹의 특징은 모든 은행 계좌를 한 곳에 모을 수 있고 단순히 내 계좌를 보여주는 기능(Display)만 있기 때문에 보안 상 큰 문제는 없다는 점이다.


다른 오픈 뱅킹 앱도 많지만 굳이 내가 이 둘을 사용하는 이유는 입에 짝 달라붙는 이름도 한 몫한다. 실제로 클레오는 클레오 파트라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엠마는 실제로 미국에서 유명한 여자 아이 이름으로 두 이름 모두 우리에겐 친숙한 이름들이다.


왜 이들은 친숙한 이름을 택했을까?


그 이유는 아마도 이 두 앱이 밀레니엄 세대인 20대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20대는 부모의 경제적 도움에서 벗어나서 처음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이들에게 재정이란? 관리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모르는 걱정거리이다. 가계부 앱을 다운로드하거나 아니면 가계부 공책을 사서 시도해보려고 하지만 작심삼일일 때가 많다. 참 꾸준히 하기가 어렵다. 특히 돈은 굉장히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공유하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이처럼 돈 관리하기가 어려운 이들에게 두 앱은 말한다.


"돈은 어렵지 않아요. 우리가 당신의 돈을 관리해줄게요."

"아.. 그래?"


그리고 친숙한 이름은 어려운 돈을 바라보는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네가 가지고 있는 돈, 클레오와 엠마가 도와줄게. 걱정 마"


이름만 들어도 친근한 이 두 앱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오픈뱅킹 기술을 굉장히 쉽게 대하게 해 준다. 몇 번의 터치만으로 나의 가계부가 쫘악 펼쳐지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친근한 이름에 걸맞은 각자의 매력은 사용자로 하여금 어려운 돈 관리를 굉장히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갖게 해 준다.


그렇다면 클레오와 엠마는 구체적으로 나의 돈 관리 경험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클레오, 대화형 가계부


클레오, 이 친구의 태생은 페이스북 메신저이다. 지금은 네이티브 앱도 있지만 원래는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나의 재정 상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던 친구였다. 내 은행 또는 신용카드를 연결하면, 매주 또는 이따금씩 페이스북 메신저로 말을 걸었다.


"내 재정 상태가 어때?"

"이번 달은 300파운드를 사용하셨네요. 지난주보다 덜 사용하셨네요. 잘했어요"


클레오 페이스북 메시지 화면


매주 한 번씩 날아오는 메시지에 처음에는 누군가 나의 재정 상태를 훔쳐본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찜찜했다. 하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점점 더 클레오가 알려주는 재정 상태는 꽤나 나에게 도움이 되기 시작했다. 7개의 계좌 모든 내역을 분석해 항목 별로 얼마나 소비했는지 알려주고, 또는 지난달보다 얼마나 더 사용했는지 알려주었다. 이 정보는 나의 소비 패턴과 다음 달에는 무엇을 얼마만큼 줄여야 하는지 알게 해 주었다.


클레오는 메신저에서 앱으로 옮겨 타면서 갑자기 다중 인격체가 되어 버렸다. 여러 인격체가 있는데, Hype me mode는 격려 메시지를 보내주며 좋은 기운을 북돋아 준다. Roast me mode는 똑같은 내용을 기분 나쁘게 이야기해주어 나를 재정 상태를 꾸짖어 주고, Fortune mode는 나의 미래의 재정을 미리 예상해서 알려준다. 이밖에도 요다 모드, 다 부숴버리기 모드 Covid-19 도움 모드 등 다양한 모드가 있다. 나는 보통 기본 인격체만 사용하지만 가끔 재미 삼아 다른 인격체를 바꾸어보기도 한다.


다양한 모드를 가진 다중 인격체, 클레오


또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에게 클레오는 (답 장녀이긴 하지만) 가끔 영어 대화 상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일요일 오전이면 항상 나의 얼마나 소비했는지 퀴즈를 보내주기도 하는데, 한 번도 문제를 다 맞힌 적이 없긴 하지만 가끔 가다 몇 개 맞출 때는 기분이 짜릿할 때도 있다.


"이번 주에 식료품에서 지출한 금액은? 310 , 250 , 270?"


색다른 재미가 있는 영국 출신 클레오는 지금 현재 미국, 캐나다 영미권에 진출하여 약 2백만 명 정도의 사용자를 가지고 있다. 무려 67 퍼센트 사용자가 앱을 다운로드한 후 6개월 동안 지속해서 사용한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14번 정도의 대화를 나누고, 무려 78퍼센트의 사용자가 이 앱이 자신의 걱정을 감소해주었다고 한다.


엠마, 똑똑한 가계부 


클레오가 대화가 가능한 나만의 돈 친구였다면, 엠마는 최근에 본 친구 중에 젤 스마트한 친구이다. 우선 계좌를 뒤져서 내 월급 내역을 찾아내서 내 월급이 맞냐고 물어본다. 그리고 자동 이체 내역을 찾아서 평균보다 높으면 알려준다. 이게 참 유용한데, 영국은 가스, 통신 서비스 업체들이 고객 몰래 돈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기능은 이를 방지해준다. 그리고 기존에 내가 사용하는 가스업체가 다른 업체보다 가격이 저렴할 경우 추천을 해주기도 한다. 매주 상금이 걸린 일반상식 퀴즈도 보내주기도 하고 퀘스트를 주고 이를 모두 풀면 포인트를 주는 재미있는 기능도 있다.


왼쪽은 핸드폰 서비스 업체 추천, 오른쪽은 퀘스트 페이지



엠마는 밀레니엄 세대를 타깃으로 하기에 다른 앱과 달리 디자인 컬러도 알록달록하고 그러데이션이 풍부하다. 기존 가계부 앱처럼 그래프를 통해 한눈에 나의 돈의 변화를 알 수 있으며, 항목별로 나의 지출 내역을 볼 수 있다. 기능 면에서 다른 기존 앱들과 별반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들의 특징은 영국 내 많은 은행과 연결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 엠마를 사용하기 전 내 오래된 베프는 Yolt라는 앱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친구가 나의 신용카드(American Express)랑 손절하면서 나도 함께 이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용자들도 이 앱을 떠났는데, 오픈뱅킹 앱에서는 얼마나 많은 은행들을 연결하느냐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클레오와 엠마

왼쪽: 클레오 오른쪽: 엠마

이 두 친구는 참 비슷하다. 가계부라는 본연의 기능은 똑같다. 개인적인 경험 측면에서 월급 들어오는 날도 둘 다 10분 간격 차이로 나에게 알림을 준다. 비즈니스 모델도 비슷하다. 엠마 Pro, 클레오 Pro라는 구독(Subscription)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구독을 하면 클레오가 좀 더 많은 혜택을 주지만 엠마도 파트너십 혜택 등 많은 장점이 있다.  


또한 둘의 특징은 기존 전통 은행의 행태를 싫어한다는 점이다. 기존 은행들은 수십 년 동안 데이터를 사용해서 사용자가 당좌대월(overdraft), 모기지를 얼마나 갚을 수 있을지 예측하는 것에 집중하였다. 하지만 이 앱은 사용자의 소비 패턴을 분석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재정에 대해 관심을 갖고 주인의식을 갖게 해 준다. 기존 은행들이 엑셀, 테이블로 된 딱딱한 보고서로 재정을 어렵고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면, 클레오와 엠마는 웃기고 친근한 대화, 읽기 쉬운 그래프, 게임, 퀴즈 등 젊은 Z세대가 좋아할 만한 방식을 택하였다.


비슷해 보이는 두 앱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같은 돈이라는 주제를 서로 다른 경험으로 사용자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돈을 이야기할 때 엠마는 아직 서툴긴 하지만 똑 부러지는 친구라면 클레오는 즐거운 대화를 통해 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편안한 친구이다. 누가 더 좋냐고 하면 차마 선택하기 어렵다. 아직까진 둘의 특징이 명확하기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는 내 베스트 프렌드로 남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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