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2주간 출산휴가를 내고 가사도우미와 산후도우미 역할을 다하지 않으면 집에서의 산후조리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오셔도 남편이 없으면 산모가 자꾸 이것저것 신경쓰고 움직이게 된다.
아기 젖 주는 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일을 남편이 해야 하는데, 아기 젖 주는 일만으로도 산모는 힘들기 때문이다.
가사도우미이자 산후도우미로서 나의 일과는 밥상 차리기, 설거지, 청소, 빨래, 쓰레기 버리기, 장보기, 아기 기저귀 갈기, 아기 목욕 시키기, 아기 배꼽 소독하기, 아기 수유 및 배변 체크, 아기 안아주기, 산모 좌욕 물 끓이기, 기타 심부름
또 밥상 차리기, 설거지, 청소, 빨래, 쓰레기 버리기, 장보기, 아기 기저귀 갈기, 아기 목욕 시키기, 아기 배꼽 소독하기, 아기 수유 및 배변 체크, 아기 안아주기, 산모 좌욕 물 끓이기, 기타 심부름
또 밥상 차리기, 설거지, 청소,... 가 계속 반복된다.
하루에 비는 시간이 10분도 없이 저 일을 다 하고 나면 행복한 피곤함이 물밀듯이 밀려 오며 정신없이 곯아떨어진다.
집에서 하는 산후조리는 남편의 역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산모와 남편이 힘을 합쳐서 잘 해낸다면 아기가 세상에 나온 첫 시간들을 엄마와 아빠가 온전히 함께해 줄 수 있다.
태어나자마자 아기에게 엄마의 초유를 먹일 수 있고, 아기의 소변이 첫째 날과 둘째 날 요산으로 붉은기를 띠다가 차츰 노란색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고, 대변이 첫째 날 검녹색이었다가 셋째 날 황녹색을 지나서 점점 황금색으로 변해가는 것을 매일매일 배변 때마다 보고 느낄 수 있다.
아기가 처음 눈 뜨는 순간을 볼 수 있고, 아기가 처음 혼자서 노는 순간을 볼 수 있고, 아기의 표정이 아침, 점심, 저녁으로 점점 풍부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아기가 엄마 젖을 빨면서 잠드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첫째 날, 둘째 날 살짝 모자라던 젖 양이 차츰 늘어나서 아기의 짜증이 줄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기가 새벽 1시에 울면 아빠가 바로 토닥토닥 안아줄 수 있고, 태어난 지 8일째 되는 날 새벽 5시에 아기 기저귀를 갈다가 드디어 배꼽이 떨어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면 아기가 세상에 나온 첫 시간들을 엄마, 아빠가 24시간 온전히 함께해 줄 수 있고,
아기가 처음 태어나서 보여주는 모든 변화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 엄마,아빠도 엄마,아빠가 되는 법을 아기와 함께 배우는 시간이다.
첫 일주일을 보냈을 뿐인데, 아기와 24시간 붙어 있다 보니, 이제 아기가 울기도 전에 '똥을 쌀 때가 되었다' 하고 기저귀를 보면 딱 맞추는 정도까지 되었다.
아내 역시 일주일을 보내고 보니 아기와 함께하는 첫 시간들이 너무 소중해서, 산후조리원에 갔으면 후회할 뻔했다고 한다.
나는 집에서 하는 산후조리가 무조건 좋고, 산후조리원에 가는 것은 무조건 안 좋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집에서 하는 산후조리는 남편의 출산휴가가 전제되어야 하며, 제왕절개 등 산모의 상태에 따라서는 산후조리원이 더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우리나라 출산문화처럼 산후조리원에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산후조리원에 가는 것이 정말 당연한 일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집에서 하는 산후조리도 얼마든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나는 아기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때 24시간 옆에 있어주고 싶었고, 아기가 엄마,아빠에게 처음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배우고 싶었고, 산모가 힘들면 내가 그 역할을 하고 싶었다.
다른 도우미 손에 갓 태어난 아기를 맡기고 싶지 않았고, 서툴더라도 내가 아기를 전적으로 돌보는 것이 당연한 책임인 것 같았고, 그것이 자연출산하고 잘 맞았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몸은 좀 피곤하지만 집에서 하는 산후조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충만하게 느끼고 있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을 그냥 하는 것과, 다른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고 생각해 보고, 그런 다음에 '선택'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