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휴대폰 사진첩에는 이런 종류의 사진이 많다.
제주 출신 서울 사람 중에는 나 같은 이들이 많을 것도 같다. 그냥 습관적으로 올라타는 비행기. 여행의 설렘? 뭐 이런 것은 없다. 그저 가족을 만나러, 집안 행사에 참석하러 등등, 그리고 그런 일들을 모두 마치고 서울 집으로 복귀하러... 교통수단으로써의 비행기를 탄다. 이제 제주공항과 서울 김포공항은 동네 버스 정류장만큼이나 익숙해져 버렸다.
그런데 유일하게 그래도 종종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하늘이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륙해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부터 일상에서 자주 보지 못하는 새로운 모습들이 거의 매번 새롭게 다가온다. 그날의 시간과 온도, 구름의 양과 모양, 이착륙하는 활주로의 방향 등 몇몇 가지 변수뿐만 아니라…….
그런 풍경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 딱 위의 사진과 같은 풍경이다. 뭉게구름보다는 솜털구름이 평평하게 바닥에 깔리고 그 구름 아래에선 보이지 않던 새파란 하늘이 비행기의 고도가 높아지자 촤악 하고 펼쳐지는 풍경!
꽤 오랜 시간이다.
어느 날 일주일에 한 편씩을 글을 올리자던 나와의 약속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다. 물론 그전에도 가끔 일 년에 한 두어 번 정도씩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혹은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거나 특별한 사정이 생기면 미리 얘기를 하거나, 일이 정리되면 곧바로 브런치로 복귀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꽤나 오랜 시간을 방치했다. 아니, 방치라기보다는 애써 외면했다는 말이 더 맞겠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울리는 브런치 작가님들의 새로운 글 소식이 휴대폰을 통해 반짝거리는데 그걸 끝내 모른 척했다.
신선함이 익숙함으로 바뀌고 익숙해진 탓에 나태함으로 변질되어 그저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는 학창 시절의 독서실 책상 같은 느낌이 되어 버렸었나 보다. 내가 하려는 일이 그저 원래 내가 했어야 하는 일이 되고 어느 순간 의무감으로 일을 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비로소 알게 된 점 중 하나는 이런 상태에서 올리는 글은 아무리 잘 쓰여진 글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영혼도, 진심도 담기지 못하는 글이 되고 만다는 점이다. 타성에 푸욱 젖어들어버린 것이다.
낯설게 하기!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이라도 이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시선과 마음이 있다면 그 일상은 개성을 가진 새로운 시간이 된다. 익숙해졌다고 해서 지겨워하지도 의무감으로 바라보지도 않아야 한다. 일상이 늘 새로울 수는 없지만 그런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려는 시선을 가질 수는 있지 않을까? 무료하게 이어지는 거대한 일상의 흐름에 묻혀 매일 새롭게 펼쳐지는 작은 변화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도 어제의 그 시간과 같은 시간에 출근길에 나섰다 하더라도 분명히 오늘의 하늘은 어제의 모습과는 조금 달라져 있을 것이고, 어제의 날씨와도, 어제의 온도와 습도, 하늘에 떠있는 구름의 양과 모양도 달라졌을 것이다. 낯설어서 낯섦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낯설게 하여 새롭게 느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회색빛 일상은 구름 밑으로 사라지고 파아란 하늘과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새로운 풍경이 내 앞에 나타나리라 믿는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일!
내가 좋아하는 일에 나 스스로 족쇄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전문적인 글쓰기가 아닌 내가 좋아서 하는 글쓰기인데 일주일에 한 편이면 어떻고 한 달에 한 편이면 어떤가? 내가 좋을 때 쓰면 그만이지~^^ (독자님들 죄송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