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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

민결이와 리아

by 머피


아침에 통학버스가 현장학습을 떠났다.



수곡초등학교 스쿨버스. 진주시 서쪽에서 남쪽으로 가는 길. 어린 학생들의 떠드는 말들이 노랫소리처럼 귀를 간지럽힌다.


2학년 리아는 예쁘다. 버스에는 2학년들이 탔다. 남학생 여섯에 여학생 둘. 그중 리아는 눈에 띄게 예쁘다. 언제나 생글생글 웃는 미소로 인사한다. 리아를 보면 우리 딸도 저리 예쁠 때가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든다. 버스 중앙에는 리아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모여 앉았다. 이윽고 현장학습 목적지에 도착했다. 선생님이 맨 앞에 서서 "자~ 인사하고 내려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줄지어 내리며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했다. 나는 일일이 잘 가, 안녕, 잘 다녀와 라고 답했다. 덩치가 큰 민결이 차례가 왔다. 내가 앞서 학생에게 안녕~이라고 답하자, 민결이는 안...아...감...사합니다 라고 더듬더듬 바쁘게 인사하고 내렸다. 뒤이어 리아도 감사합니다 하고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민결이는 "휴우~하마터면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할 뻔했어"라고 하자 리아가 크하하하하~ 하고 활짝 웃었다. 귀여운 민결이의 너스레에 리아가 빵 터진 거다. 그 말에 나도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학생들은 거의 버스에 오를 때는 안녕하세요, 내릴 때는 감사합니다 라고 말한다.


요즘 며칠간 어린 학생들과 소소한 동행을 자주 하다 보니 마음이 참 어린 마음을 닮아가는 것 같다고나 할까. 2학년 친구들의 도서관 이야기, 클라이밍 배우는 이야기에 함께 젖어드는 나날. 먼 옛날 나도 2학년일 때가 있었지. 그때 난 뭘 하며 다녔을까 생각하면 이 작은 순간에도 푸근해진다. 여름이 임박한 날 가을 같은 시원한 바람이 분다.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마음에 스며 기분 좋은 장면.


버스돼지.jpg 감사합니다 타이밍에 안녕하세요 라고 말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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