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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Mar 13. 2016

NYCL#5 Subway, 그 무서운 이름

42번가 역의 모습.

    뉴욕에서 단 한 번이라도 지하철을 타 본 사람이라면 나의 한마디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It sucks!


    날씨가 따뜻해졌다. 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아 반갑지만,  그와 더불어 서서히 nyc 고유의 "향기(?)"도 시작되었다. 특히 지하철에서는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든 오묘한 냄새가 섞여 난다. 내가 가 보았던 역 중 그 향기가 가장 진한 곳은 34St Herald Square 역이다. 하필 32St의 한인타운과 연결되기 때문에 한국 음식을 먹으러 갈 때에는 그 역에서 내려야만 한다. 봄도 이런데 여름엔 오죽하겠는가. 작년 여름엔 아무리 더워도 가급적이면 지하철을 타지 않고 열심히 걸어 다녔던 기억이 난다.


    뉴욕의 지하철은 비단 냄새뿐만이 아니라, 몹시 더럽다. 지하철 선로를 지나다니는 쥐를 본 게 몇 번인지 셀 수도 없다. 선로 위에는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역사 안에는 홈리스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 있다. 노선은 또 어찌나 복잡한지. 우선 uptown 행과 downtown 행이 지하철 입구에서부터 나뉘어 있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러 들어갈 때부터 입구를 잘 확인하고 들어가야 한다. 지하철 노선은 기본적으로 색깔로 구분되는데, 같은 색깔 노선 안에 서로 다른 알파벳(예를 들면 파란색 노선의 A,B,C선)과 숫자(빨간색 노선의 1,2,3선)로 세부 구분이 되어 있어 이에 따라 노선이 미세하게 달라지게 된다. 게다가 동일한 노선 중에서도 express행과 local행 열차가 구분된다. (express행 열차는 큰 역만 지나가고 일반적인 역들은 정차하지 않고 패스해버린다.) 때문에 본인이 가려는 곳을 지나는 맞는 노선의 열차를 타는 것이 생각보다 굉장히 어렵다. 나도 뉴욕에 온 초기에는 express 열차를 타는 바람에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버려서 다시 반대편 열차를 타고 되돌아오기 일쑤였다. 시설도 매우 낙후되어 있다. 스크린도어 따윈 기대하면 안 된다. 지하철 속도도 엄청나기 때문에 발을 까닥 잘못 디뎠다간 황천길로 가게 될까봐 나는 항상 선로에서 멀찍이 떨어져 서는 습관이 생겼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지하철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뉴욕 지하철의 악명은 그 역사를 되짚어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뉴욕 지하철은 무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처음 뉴욕에서 지하철이 개통된 것은 1904년으로, 이는 러일전쟁이 있었던 해이며 대한제국이던 한국이 일본과 제1차 한일 협정을 맺은 해이다. 이는 뉴욕에 첫 번째 엘리베이터가 생긴 지 겨우 36년 정도 지난 후에 지어진 것이며,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지하철이었다. (미국에서 최초로 개통된 것은 1901년의 보스턴의 지하철이라고 한다.) 그때 건설된 지하철이 100년이 넘는 현재까지 유지, 보수를 거듭하며 남아있는 것이다. 현재의 기준으로 볼 때에는 낙후된 지하철이지만, 1904년 대한제국에서 온 한국인이 뉴욕의 지하철을 봤다면 족히 기절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1904년 당시 개통된 City Hall station의 모습


    1904년 개통 당시 지하철 통행료는 5센트였지만 2016년 현재 지하철 요금은 거리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2.75불로, 가까운 거리를 가기엔 꽤 비싼 편이다. 한편 unlimited pass라는 것이 있어 7일짜리 무제한 탑승권이 31불, 한 달짜리 무제한 탑승권이 116.5불이다. Brooklyn이나 New Jersey에서 Manhattan으로 통학을 하는 친구들은 모두 unlimited pass를 끊어서 가지고 다닌다. 얼마 전 신문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을 위해 unlimited pass를 30% 할인해주는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언제쯤 확실해질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뉴욕 지하철은 처음에는 BRT와 IRT라는 두 개의 민영회사에 의해 운영되었지만, 1940년에 뉴욕시가 모두 사들였고 현재 뉴욕시 산하의 MTA에서 관리된다. MTA에 따르면 2015년 2월 25일을 기준으로 NYC에는 총 24개의 노선과 468개의 정거장이 있으며, 연간 승객수가 약 24억 명(2,427,233,073명)에 이른다고 한다. 실로 엄청난 이용량이다. 게다가 뉴욕의 지하철은 24시간 운영된다. 비록 새벽엔 배차 간격이 30분에 한 번 꼴로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지하철이 끊길까봐 전속력으로 달렸던 서울과 비교하면 아무 때나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갈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일임이 틀림없다.

뉴욕의 지하철 노선도.

                                     

    지하철 안에서는 심심치 않게 뉴요커들이 신문을 펼치고 읽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승객들이 대부분 휴대폰 삼매경에 빠지는 한국과는 달리 신문이라니, 이것이 선진국의 면모인가-라고 생각하다면 큰 오산이다. 뉴욕 지하철 안에서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wifi뿐만 아니라, 통신 자체가 안 되기 때문이다! 휴대폰으로 연락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정말 고역이다. express 행을 잘못 타는 바람에 약속 시간에 늦을 때, 공연 시간이 다가오는데 같이 공연을 보기로 한 친구가 지하철 안에 있어서 연락이 안 될 때는 답답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나 OO 때문에 10분 늦을 것 같아"라고 한마디를 할 수 없는 게 견딜 수 없이 초조해진다.


    문득 휴대폰이 생기기 전 지하철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학생 시절이 생각났다. 3-2번 문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이번 지하철일까, 다음 지하철일까 의자에 앉아 4호선 지하철 문만 하염없이 바라보던 옛날 생각이 났다. 그때엔 지하철이 역사로 들어올 때마다 기대감과 초조함이 동시에 일었다. 지금은 느낄 수 없게 되어버린 그 기분을, 뉴욕에서 상기해버렸다.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편리함을 얻은 대신, 잃은 것은 무엇일까. 기다리면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 설렘, 초조함, 실망감, 기대감, 분노, 미안함, 안도감 등등이 아닐까.


    아무리 나의 감정들을 돌려준다고 해도, 여전히 뉴욕 지하철은 sucks이다. 한국이 그리워질 때가 하나 더 생겼다. 뉴욕에서 지하철을 타는 모든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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