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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만세 Jul 09. 2022

시공간을 초월하는 음악의 힘

Beatles : A day in the life

얼마 전, 폴 매카트니가 제임스 코든과 함께 차를 타고 리버풀을 다니는 영상을 봤습니다. 알고 보니 ‘카풀 가라오케’라는 유명한 프로그램이었어요.

“여기는 존과 매일 곡을 쓰고 연습했던 곳이야. 이 화장실에 기타를 들고 들어가 몇 시간씩 있었어. 그게 다 저 앞 거리에서 일어났던 일들이야. 우리를 불러주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서 노래했지.”

공간에 담긴 폴의 추억에 대해 듣다 보니, 그 자리에 그 장소들이 그대로 있다는 사실이 꽤나 감격스럽게 다가왔어요.


저는 ‘왜 비틀즈가 좋은지 전혀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10대를 지나쳐 스무 살이 된 해부터 비틀즈를 듣기 시작했거든요. 본격적으로 라디오를 들으면서였을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디제이들이 다른 뮤지션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견해를 밝히면서도 비틀즈에 대해서만큼은 그저 짱이라고 했으니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겠죠. 처음 구매한 비틀즈의 음반은 (오랜 팬들이 들으면 어이없어 웃을 일이지만) 2006년 발매된 LOVE 앨범이었어요. 새 앨범이 나왔다길래 비틀즈를 제대로 들어보겠다는 결심으로 CD를 사 왔죠. 그게 태양의 서커스를 위해 만들어진 리믹스 앨범인 줄도 모르고요. CD를 컴퓨터에 넣어 재생하고 방바닥에 엎드려 과제를 하며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A day in the life.

이 곡과 함께 ‘머지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듣는 내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어요. 마지막에 쾅- 하는 피아노 소리로 음악이 끝난 후에는 한참 동안 얼이 빠져 있었습니다. 뭐지.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소설로 치면 줄거리가 여러 갈래로 마구 뻗어나가다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모두 연결되는, 그러다 대반전으로 끝나버리는, 뭐 그런 느낌이었달까요.

이 곡은 존의 미완성 곡에 폴이 중간 부분을 추가해서 완성했대요. 진정한 레논-매카트니 콤비의 합작인 거죠. 그래서 처음엔 존이 중간엔 폴이, 다시 존이 노래해요.

큰 충격을 받아서인지 그 뒤로 몸이 비틀즈 음악에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장기하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음악에 포함된 모든 소리가 마치 내 세포 하나하나를 건드리는 기분’이었어요. 비틀즈의 음악이 내 세포 하나하나를 건드리는, 그런 굉장한 시절이 저에게도 찾아온 것이죠.



카풀 가라오케 중반부에 폴과 제임스는 폴을 보기 위해 집 앞에 모인 마을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데요. “내 동생은 당신의 이름을 땄어요, 내 아버지 장례식장에서는 당신의 노래를 틀었어요, 우리 모두 당신을 사랑해요 폴”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 켠이 지잉 울렸습니다. 아, 이들에게는 비틀즈로 기억되는 소중한 시절이 있구나.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래서 그 음악과 함께 추억할 수 있는 기억이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시절'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비틀즈의 음악이 내 세포 하나하나를 건드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내가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죠.


어떤 음악을 들으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는   고마운 일이에요. 우리는 3차원의 공간과 1차원의 시간을 더한 4차원에 살고 있지만, 시간이라는 차원은 절대 인지할  없게 생겼다고 하던데, 음악에는 시간을 뛰어넘는 힘이 있는  틀림없어요. 순식간에 오래전 기억을 되살려내고  시절로 나를 데려다 놓기도 하니까요. 제가 겪지도 않은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런던에 가고, 비틀즈를 들으면서 벌써 10 전이 되어버린 런던을 추억하듯이.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많은 추억을 만들러 가야겠어요. 우리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변함없이  자리에 오래 어주면 좋겠습니다.





흠, 이거 흥미로운데?라고 느낄 법한 콘텐츠를 격주로 전달하는 흠터레터의 <완전진짜너무진심> 코너를 브런치에도 옮깁니다. 흠터레터를 구독하시면 다른 꼭지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함께 만나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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