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밴드2 : 그래 이게 밴드지
7월의 첫날, 여느 때처럼 이어폰을 귀에 꽂고 퇴근하는데 배캠 라이브에 밴드 ‘크랙실버'가 나왔습니다. ‘배캠에 나온 적이 있냐, 없냐’로 뮤지션이 구분되는 배캠 애청자로서 직감했죠. 드디어 슈퍼밴드 얘기를 할 때가 왔구나 하고요.
슈퍼밴드2는 지난해 저의 최애 TV 프로그램입니다. 유튜브 클립으로 우연히 보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알람까지 맞춰 작정하고 본방사수하기에 이르렀던 오디션 프로그램이죠. 저는 다양한 음악 중에서도 특히 밴드 음악을 좋아합니다.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음악이 좋아서 찾아보면 밴드인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인지 오래전부터 밴드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어 왔는데요. 슈퍼밴드2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상순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특별한 힘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밴드를 계속해왔기 때문에 개개인의 뛰어난 기량보다는 멤버들 간의 케미가 제일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친하고, 서로를 잘 파악하고, 남의 소리를 듣고, 양보하고. '여기서는 네가 좀 더 빛났으면 좋겠다'라든지. 사실은 전체를 위해 조금씩 양보하고 조화롭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거거든요. 긴가민가하거나 막히는 순간이 있으면 다른 멤버들이 다 해결해줬어요. 내 능력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을 다른 멤버들이 도와서 결과물을 만드는 것. 밴드를 하는 매 순간 그걸 경험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프로그램의 취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건 오디션이라기보다 음악을 함께 할 동료를 찾아가는 다큐처럼 느껴졌어요.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의 강점을 최대한 끌어내고 시너지를 내기 위해 고민하는 게 보였거든요. 그렇게 고생해서 준비한 무대는 하나하나가 빛나는 선물 같았습니다. 매회 ‘이게 최고’라고 생각한 무대를 갈아 치우는 것도 모자라 애정과 신뢰를 쌓아가며 하나의 밴드가 단단해져 가는 모습은 지켜보는 사람까지 뿌듯하게 만들었죠.
모든 무대를 와아아··· 크으으··· 하며 봤지만 딱 하나만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이 무대를 꼽겠습니다. 지금도 찾아 듣는 크랙실버의 <Home Sweet Home>.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 하겠다고 각자 부업을 해가면서 8년간 함께 해온 밴드의 서사가 이 무대에서 폭발했거든요. 이 무대 덕분에 공연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오열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포지션 캠이 왜 존재하는지도요. 밀려오는 감동 앞에서는 평가고 뭐고, 순위고 뭐고 다 상관없어지더라고요. 무대를 마친 모든 멤버가 울고 있었고 저 역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생각했어요. 이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계속 하고 싶은 음악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같이 활동하는 슈퍼밴드 출신의 밴드를 만나면 정말 반갑습니다. 어떻게 한 팀이 되어가는지 지켜봤으니, 그들의 다음 스텝도 쭉 응원하게 되겠죠. 지난 프로그램을 모두 보여드릴 수는 없으니 제가 감탄해 마지 않았던 슈퍼밴드2에서의 무대를 고르고 골라 소개합니다. 멤버들의 에너지가 들어맞는 순간, 그 감동을 경험한다면 역시 밴드 음악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흠, 이거 흥미로운데?라고 느낄 법한 콘텐츠를 격주로 전달하는 흠터레터의 <완전진짜너무진심> 코너를 브런치에도 옮깁니다. 흠터레터를 구독하시면 다른 꼭지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함께 만나볼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