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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만세 Oct 09. 2022

스무 살이 된 피터팬 컴플렉스

Can't take my eyes off you

피터팬 컴플렉스를 처음 본 건 한 페스티벌에서였습니다. 저는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2층인가 3층 관객석에 앉아있었어요. 이 무대, 저 무대 찾아 돌아다니다 지쳐있던 터라, 이번엔 쉬면서 그냥 여기에서 하는 공연 봐야겠다,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때 무대에 등장한 밴드가 피터팬 컴플렉스였어요. 첫 곡부터 놀랍도록 좋아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보컬의 춤사위도 충격적이었어요. 계획된 건지, 되는대로 하는 건지 모르겠는, 저게 뭐지 싶은 몸짓. (정말 희한하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차양막 댄스’로 불리더군요.) 놀라운 건, 그 우스꽝스러운 몸짓이 음악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어느 순간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전혀 기대감이 없었기 때문에 한 곡 한 곡 온전히 감상할 수 있었겠습니다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요? 공연장에서 처음 듣는, 모르는 노래에 이렇게 단숨에 빠져들 수 있다니. 특히 <You know I love you>를 부를 때는 온갖 지나간 일들이 그리움으로 덮쳐와 날뛰는 감정을 붙들고 있느라 관객석에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기진맥진해질 지경이었습니다.


격렬한 첫 만남 이후,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의 앨범을 찾아 듣기 시작했어요. 공연장에서의 느낌을 되살려줄 에너지를 기대하면서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그때 그 노래가 맞긴 한데 그 노래가 아닌 거예요. ‘음원이 라이브와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다니···’ 당황스러웠습니다. 공연장에서의 에너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한동안 피컴의 음악을 끼고 살면서도, 그날 들었던 음악을 다시는 들을 수 없다는 아쉬움은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얼마 전, 거의 10년 전 노트를 펼쳐보다가 <감정을 삼키고>의 가사를 발견했어요.

왜 썼는지는 기억 안남

한참 동안 잊고 지낸 피터팬 컴플렉스를 다시 떠올린 계기가 됐죠. 당시엔 꽤나 강렬한 경험이었는데, 이렇게 까맣게 잊고 살았다니. 반가운 마음에 검색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3일 전에 올라온 차양막 댄스의 주인공 전지한 님의 영상을 발견하고 말았죠.

“2022년, 스무 살이 된 피터팬 컴플렉스가 드디어, 드디어 단독 공연을 합니다.
 2022년 10월 15일 토요일 상상마당에서.”


맙소사.  타이밍 무엇이죠? 추억 팔이로 시작해서 이렇게 따끈따끈한 소식을 접하게  줄이야. 운명처럼 피터팬 컴플렉스의 라이브를 다시 한번 들을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입니다.

이미 매진이지만, 그래서 한동안 취소표를 노리며 새로고침을 누르게 되겠지만. 지금  기분은 마치  곡과 같습니다. 벌써 스무 살이  그들을 아직 모르신다면 <자꾸만 눈이 마주쳐> 리믹스 버전으로 입문해 보는  어떨까요? 어느 순간 음악과 하나 되어 내적 댄스를 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몰라요.







흠, 이거 흥미로운데?라고 느낄 법한 콘텐츠를 격주로 전달하는 흠터레터의 <완전진짜너무진심> 코너를 브런치에도 옮깁니다. 흠터레터를 구독하시면 다른 꼭지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함께 만나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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