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 카르푸셴코 : 모든 아름다움의 발견
사람은 우주 같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우리에게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를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원자와 전자가 윙윙거리며 움직이는 것을 본다면. 피부색이나 외모, 성별과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궤도를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행성들의 집합체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 하고요.
스쿠버다이빙을 배워 처음 바닷속에 내려갔을 때, 바다도 우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닥이 어딘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푸르른 막막함을 마주한 순간, 추락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문득 무서워진 한편 보이지 않는 저편을 향해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거든요. 우주에 가면 이런 기분이려나. 들리는 건 내 숨소리뿐이고 나는 둥둥 떠 있고. 이상한 기분이 들어 호흡기를 문 채로 으음ㅡ 하고 소리를 좀 내봤습니다. 흐흐흐ㅡ 하고 웃어도 봤지요.
그러니, 이 사진을 보고 당장 전시를 보러 갈 수밖에요. 사진작가이자 환경 운동가인 나탈리 카르푸셴코의 전시, <모든 아름다움의 발견>. 제목 그대로 대자연과 사람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사진전이었어요. 설명을 자세히 듣고 싶어 귀찮은 것도 마다하고 앱을 설치하고 윤하 씨의 도슨트까지 찾아 들으며 사진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습니다.
역시 ‘사람’과 ‘바다’는 우주를 떠올리게 하는 주제임이 틀림없는 것 같아요. 내가 지금 이 사진을 보고 있는 순간에도 저 바다에서는 고래가 헤엄치고 있겠지, 우주 저편에서는 새로운 별이 태어나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혼자 전시를 보는 이 순간조차 너무나 경이롭고 감동스럽게 느껴졌거든요. 전시 끝에는 작가가 나와 같은 카우치 서퍼였다는 걸 알게 되어 더 반가웠죠. 이 느낌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작가가 고래와 함께 찍힌 포스터를 사 왔어요. 다이어리 맨 앞 장에는 전시 스티커를 붙이고 이렇게 적었습니다.
“지금 어디선가 고래 한 마리가 숨을 쉬고 있다.”
<아무튼, 메모>에서 가장 좋아하는 고래 이야기 부분의 문장이에요. 사진을 감상하는 내내 이 문장이 머릿속에 맴돌았거든요. 전시를 보면서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겼고, 어떻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여러분,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전시는 5월 7일까지 계속되니 원초적 자연으로 떠나 나 자신을 발견해 보시기를! 완전 추천합니다.
나는 지칠 때면 속으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지금 어디선가 고래가 숨 쉬고 있다! 지금 고래가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고래처럼 깊게 숨을 쉰다. ‘나는 너와 함께, 너처럼 힘을 낼 거야.’
- 정혜윤 <아무튼,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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