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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찬 Dec 05. 2023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고

집중력 도둑, 그들은 누구이며 검거 가능한가?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지음


●긴 글 주의●



집중력에 대한 책을 읽어서 그런지,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집중력이 솟아나는 느낌이 들었지만, 책을 읽는 속도도 늦고, 번역체라 책이 잘 읽히지 않았으며, 하루에 독서 시간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탓인지, 10월 말부터 읽기 시작한 책을 12월 초가 되어서야 겨우 완독 하게 되었다.




그러나 어느 책이나 그렇듯, 이 책도 후반부쯤에는 책에 꽤 익숙해졌고, 애정 쏟은 드라마의 마지막 회가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쉬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여담으로 이 책을 주변에 말할 때 종종 나도 모르게 몇 번이고 '집중 맞은 도둑력'이라고 말하게 되었는데, 집중 맞은 도둑력이라는 말이 꽤 재밌었다.




각설하고, 책의 내용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현대 사회에 우리의 집중력들을 좀 먹고 있는 다양한 집중력 도둑들에 대해 설명하고 이로 인한 집중력 문제와 해결책에 대해 설명한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보통 집중력, 몰입 등 개인의 사고에 대해 누군가가 설명을 한다고 하면 개인과 그 집중력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주로 설명을 하였는데, 이 책은 우리의 집중력의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집중력을 훔쳐가는 도둑들이 따로 있으며, 그 주범으로 빅테크 기업을 지목하였고, 각 개인의 노력이 아닌 집단의 노력이 있어야지만 범인을 검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페이스북',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은 우리가 스마트폰을 많이 보면 볼수록 돈을 더 많이 벌게 되는데, 이에 빅테크 기업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사람들이 스마트폰 화면을 더 자주, 더 오래, 더 많이 보게 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으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고민을 하고 있어 우리는 이를 인지하지도 못한 채 아무런 저항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저자는 이러한 빅테크 기업들이 야기하고 있는 집중력 문제가 마치 패스트푸드 업체가 비만 문제를 야기하는 것처럼 빅테크 기업들이 점점 더 성장할수록 우리의 집중력은 더 악화되고, 비만 문제가 우리 현대 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듯  집중력과 깊이 사고하는 능력을 잃은 개인들은 자극적인 내용에 쉽게 휘둘려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인 범지구적인 문제들(예를 들면 코로나19와 같은 펜데믹, 기후 온난화 등)을 해결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고 이에 우리 사회가 큰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한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빅테크 기업들의 스마트폰 알람은 물론이거니와, 책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개발한 침략적 기술 중 하나로 '무한 스크롤'을 소개해주는데, 빅테크 기업에서 개발한 무한 스크롤이란 스마트폰 화면창을 스크롤하여 사용자의 화면창이 끝에 도달하게 되면 새로운 내용들이 즉시 다운로드 되어 계속해서 새로운 게시물들이 등장하게 되는 형태로, 말 그대로 끝이 없는 무한 스크롤 형태이다.




무한 스크롤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내가 기억하기로 유튜브 쇼츠의 초창기 시절에는 어느 정도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스크롤이 더 이상 내려가지 않았고, 그러면 유튜브 시청을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되었는데, 최근 어느 시점부터  유튜브 쇼츠도 무한 스크롤 형태가 적용되어, 쇼츠 영상이 끝도 없이 새로운 영상으로 나왔고, 내가 쇼츠 영상을 보다 보다 지칠 때 또는 쇼츠로 시간을 날리고 있다는 것을 자각할 때까지 끝없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스크롤을 내리고 있는 내 모습을 종종 볼 수가 있었다.




나 말고도 아마 많은 사람들이 멍하게 유튜브 쇼츠나 SNS 스크롤을 계속해서 내리며 많은 시간을 낭비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나는 '무한 스크롤'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사람을 본 적이 없고, 이 책을 읽음으로써 이런 빅테크 기업들의 침략적 기술, 즉 집중력 절도 방법들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또 저자는 우리의 집중력을 훔쳐간 범인은 빅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짧아지는 수면 시간영양가 없는 식단, 무의식적으로 발생하는 사고의 전환멀티 태스킹들도 있다고 하였는데, 나 역시 '숙면의 모든 것', '영양의 비밀',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를 읽고 수면과 영양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어, 이 책에서 같은 내용이 나와 반가웠고, 요즘의 나는 영양과 수면의 균형을 잘 잡고 있어서 인지 정말 충만한 하루들을 잘 보내고 있는데, 이 역시 수면 위생과 영양의 개선으로 집중력이 향상되어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종종 사고의 전환을 겪게 되는데, 사고의 전환이란 어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다가 다른 일에 대해 사고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때 다시 원래 하던 일을 하려고 하면 전환하기 전 하던 일의  몰입 상태에 이르기까지 다시 그만큼의 에너지가 소비되어 쉽게 집중력을 잃게 된다고 하였다.



멀티 태스킹은 1960년대에 나온 컴퓨터 관련 단어로 인간에게 적용될 수 없으나 멀티 태스킹이라는 단어가 탄생한 뒤로 언젠가부터 종종 주변에서 '나는 멀티 태스킹에 유능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그러나 많은 실험들이 밝혀낸 사실로는 우리 인간은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으며 3-4가지 일들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 태스킹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사실 하나의 일에도 제대로 몰입하고 있지 않은 상태이고, 빠른 전환 만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상당히 소모적이어서 책에서는 우리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 직장에서 한 번에 2-3가지 일을 한 번에 처리하려다 이도저도 안 되는 상황을 종종 겪곤 했는데, 저자의 말처럼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여 수행할 때 집중력도 더 좋았고 실제 일의 처리 속도와 완성도가 훨씬 좋았다.




그리고  저자는 몰입의 중요성을 책에서 설명하며 "죽음을 향해 갈 때 '좋아요'나 '리트윗' 같은 강화 요인들을 떠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몰입을 경험한 순간을 떠올릴 것이다"(93p)라고 하였고,


"몰입은 우리가 아는 것 중 가장 깊은 형태의 집중 상태이고, 종종 그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좋은 때였다고 말한다"(85~6p),


"우리는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것들을 제거하고, 몰입의 원천으로 그 자리를 대체해야 한다"(93p)라고 하였는데, 저자의 글과 같이 퇴근 후 조용한 내 방에서 휴대폰을 멀리 두고 책상에 앉아 책에 깊이 빠지게 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책에 몰입하게 되는데, 나는 그 시간이 정말 좋고, 풋살 등 휴대폰을 보지 않는 활동들을 할 때 잘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몰입의 순간들이 저자의 글처럼 삶을 좀 더 윤택하고 충만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또 저자는 아이들의 집중력 문제를 얘기하며 ADHD 진단은 아이들의 생체학적인 질병이 아닌 아이들 주변의 환경 문제를 열거해 놓은 것이라고 하였는데, 아이들이 뇌를 다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ADHD를 치료한다는 목적으로 각성제를 처방하는 것은 성장하는 아이들의 뇌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였고, 아이들에게 각성제를 투약하는 것이 아이들의 집중력을 올려주는 이익이 있긴 하지만, 이익과 함께 그에 상응하는 위험이 존재하며 아이들의 집중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를 둘러싼 입체적인 환경의 개선이 없다면, 이익은 단기적인 이익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또한 저자는 아이들은 부모나 어른들의 감시나 감독 없이 자유롭게 뛰어놀 때 집중력, 의사소통 능력, 문제 해결 능력들이 발달한다고 하였고, 현재 부모 세대들이 자랄 때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현대의 아이들은 부모 세대보다도 강력 범죄율이 훨씬 감소한 비폭력적인 세상에 살고 있음에도, 각박한 도시 환경 속에 갇혀 자유롭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고, 이 때문에 집중력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 주장을 보고 나의 유년 시절을 떠올려보니, 동네 형들과 어울려 다니며 방과 후에 매일 뛰어놀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왔음에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내가 직장과 사회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별문제 없이 잘 지낼 수 있게 된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책에서는 선생님도, 수업도, 교육과정도, 숙제도, 시험도 없는 미국 매사추세츠에 위치한 서드베리 밸리 스쿨에 대해 설명하는 글이 있는데, 서드베리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며, 시간을 어떻게 보낼 지도 스스로 정한다고 한다.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주위에 직원에게 가르쳐 달라고 부탁할 수 있지만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저자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이런 학교에서는 학생들 모두 놀자판, 속칭 개판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책 내용에 따르면 해당 학교의 졸업생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졸업생 50% 이상이 대학 교육을 받았고, 졸업생 대부분 자신이 관심 있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분야에서 놀라울 만큼 성공적으로 직업을 찾았으며, 학생들은 경영과 예술, 과학, 의학, 그 밖의 서비스업, 기술직을 비롯한 다양한 직업에서 성공적으로 활동을 이어 갔다고 한다.




그리고 또 저자가 인터뷰한 피터 그레이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인류 역사상 아이들은 서드베리 밸리스쿨과 같은 방식으로 학습했다고 설명했는데, 현대적 학교는 1870년대에 고안된 것으로 어떻게 보면 현대의 학교가 꼭 정답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꼭 비정상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서드베리 밸리 스쿨은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나중에 서드베리 밸리 스쿨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무리를 하며 내 개인적인 평을 어 책을 간략히 소개해보자면, 책의 분량이 많은 만큼 정말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시각을 알려준 책이었고, 앞으로 나는 저자가 알려준 도둑들을 주의하며 내 집중력과 몰입의 순간들을 빼앗기지 않도록 문단속을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현대인들이 도둑맞은 집중력에 대해 범인들이 누구인지, 범인들의 범행 동기는 무엇인지, 피해품인 집중력의 가치는 얼마인지, 범인들의 검거 방법은 무엇인지까지 알려주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끝으로 집중력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 잘 정리되어 있는 부분을 소개하며 끝내고자 한다.



아래 저자의 집중력 향상법을 참고하여 우리 모두 덜 산만해지고 몰입하여 충만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성인에게는 몰입이 필요하고, 책을 읽고, 자신이 집중하고 싶은 유의미한 활동을 찾고, 자기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생각이 배회할 공간을 마련하고, 신체 활동을 하고, 잘 자고, 뇌가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도록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안정감을 느껴야 한다.

또한 우리의 집중력을 방해하고 성장을 막기 때문에 차단해야 할 것들도 있다. 지나친 속도와 전환, 지나친 자극, 우리를 공격하고 중독시키는 침략적 기술, 스트레스, 탈진, 우리를 각성시키는 식용색소로 범벅인 가공식품, 대기오염이 그러한 것들이다."(4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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