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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현 Oct 12. 2023

나는 나 자신이고 싶다.

프로코피예프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음악사에서 수백년에 걸쳐 관현악곡, 오페라, 기악곡이나 성악곡으로 되살아났습니다.

하지만 유독 발레 작품으로는 조금 늦게 등장했는데요..


혁명 직후 고국을 떠났던 작곡가 프로코피예프는 스탈린 치하의 소련으로 돌아,

키로프 발레단의 위촉으로 새 작품을 구상합니다.

이미 여러 극작품과 발레를 성공으로 이끈 바 있던 그가

이번에 관심을 가진 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이었어요.   

   

하지만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여러 고비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먼저, 줄거리를 바꾼 것이 문제였습니다.

모두가 새드 엔딩을 그릴 때, 그는 해피 엔딩을 그린 건데요,  

줄리엣을 살려낸 결말에 대해서 사람들이 이유를 묻자,

그는 “산 사람은 춤을 춰도, 죽은 이는 춤을 출 수 없잖소?”라며, 알 수 없는 대답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훗날 새드 엔딩으로 다시 수정했죠.     


또 다른 어려움은 무용수들이었습니다.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이 안무를 넣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거였는데요,

‘급진적인 모더니스트’로 불리던 초기보다는 덜했지만,

기존 발레곡보다는 화성과 음향, 모든 면에서 새로웠던 것은 분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작곡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확신을 버리지 않았어요.

그는 오히려, 완성된 발레로 공연하기가 힘들다면

전체 3막의 음악 중에서 7곡씩 추린 모음곡을 먼저 선보이기로 했습니다.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 오늘날의 상트페테르부르크죠, 1936년과 1937년,

이 두 곳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1번과 2번을 각각 초연했고,

음악만으로도 관객의 극찬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모음곡의 성공에 이어 1938년,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의 브루노 국립극장에서

드디어 발레의 초연이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안무를 붙인 러시아 키로프와 볼쇼이 극장 공연도 성립됐죠.


이후 오늘까지, 케네스 맥밀란, 유리 그리가로비치 같은 안무가들을 통해

감각적이고 새로운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굴곡진 초연의 여정에서, 작곡가 스스로 작품을 확신했기에 가능했습니다.



“나는 모방도 싫고 진부함은 더 싫다.
다른 사람의 가면은 쓰고 싶지 않다.
나는 나 자신이고 싶다.”

      


프로코피에프의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가면이 아닌, 그의 진정한 얼굴을 만나봅니다.     


*들어보면, 아니 이 곡이 이 곡이었단 말이야...? 할 겁니다.

그 유명한 '기사들의 춤' <노다메 칸타빌레> 보신 분이라면, 슈트레제만이 등장할 것 같은 기분이!

  

'어린 줄리엣'


소비에트 시대 가장 위대한 발레리나 갈리나 울라노바. 이 작품의 초연에서 줄리엣 역할을 맡았습니다. 처음에는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나중에는 ‘춤추는 이들과 작곡가가 서로를 이해했다’고 회상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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