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은 금요일에 재택 혹은 근무를 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 어제까지 붐비던 지하철이 텅 비었다. 2년 같은 2주가 지나갔다. 시간이 느리게 갔다기보다는 폭삭 늙은 기분이랄까. 각오는 했는데 다시 이 패턴을 소환해 내려니 버벅거리고 있다.
그래서 일이 너무 많이 쏟아질 때 빨리빨리 했던 내 습관을 거슬러 급한 것부터 하나씩, 천천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점심시간도 한 시간 쉰 적이 없는데 오늘부터 무조건 한 시간 쉬기로 하고 밖에 나왔다. 오전 내내 답답한 마음이 따뜻한 햇살 아래서 조금 풀어지는 것 같다. 역시 비타민 D가 필요하다.
오늘은 오랜만에 남편과 오페라를 보러 왔다. 몇 년 전 인연이 되어 NYCP 볼리비아 투어에 같이 갔었던 테너 백석종 님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Turandot. 메트의 오페라가 실망스럽지 않은 이유는 디테일한 연출과 무대세팅이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너무 멋있게 노래하는 남주를 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개인적으로 만나 이야기해 보면 사연 없는 사람이 없고 힘든 굴곡을 지나지 않은 이가 없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든 지난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결과이다. 부족한 나를 탓하지 말자.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스스로 토닥여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