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고 난 뒤 입사 전 예전 로펌에서 친하게 지냈던 변호사에게 연락해서 의견을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변호사 말이, 너는 분명 잘 해내겠지만 동시에 너는 그때처럼 매우 Miserable 해질 거라고 말하며 웃었다.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 했던 그와 작가가 되고 싶었던 나는 로펌의 생리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나는 책임감 때문에 어떻게든 일은 마쳤지만 행복하지 않은 우리의 삶에 대하여, 로펌을 나가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종종 이야기하곤 했었다.
그는 아내 직장 때문에 시카고로 갔다. 다른 로펌에 들어가긴 했지만 더 일을 맡아서 계속해나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나도 오늘도 점심시간에 밖에 나와서 내가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일이 많은 것도 감당이 안되지만 모르는 것을 배워가며 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나에게 일을 가르쳐 주었던 2명은 더 이상 도와주지 않고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고 그들도 내게 상황이 어떤지 묻지 않았다) 다른 직원이 가끔 와서 도와주고 있다. 아마 내가 그들이 기대했던 것에 못 미치는 것일지도… 나 역시 할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보스 방이 내 자리 바로 앞이라 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오늘 어떤 진상 손님이 전화해서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Hey Bro 하면서 욕하고 난리였다. 얼음공주가 처음에는 나는 너의 Bro가 아니다, 내 이름은 … 이다라고 하며 인격적으로 대하려고 노력했지만 막무가내 손님에게 계속 욕하면 전화 끊을 거라고 했고, 결국 보스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그 진상 손님이 계속 전화를 걸었고, 보스가 완전 대폭발해서 다른 변호사 찾으라고 말하며 Bye 하고 전화를 끊었다 (대박!). 하지만 진상 손님은 포기하지 않고 미친 듯이 전화를 걸었고, 결국 5번째 통화할 때쯤 변호사의 말을 들어서 겨우 진정시키고 넘어갔다.
미국에 온 이후로 직장에 다니면서 나의 고뇌는 늘 쳇바퀴 돌듯이 같은 자리인 것 같다. 이런저런 구구절절한 말 필요 없이 버티느냐, 때려치우냐 둘 중 하나로 늘 귀결.
푸른 하늘 아래 조금은 따뜻한 햇살, 봄을 기다리는 맨해튼 거리에서, 이토록 질기게 끝나지 않는 직장인의 삶이란…
윤미래의 I will listen never alone (너의 얘길 들어줄게) 들으며 씁쓸한 마음을 위로하면서 퇴근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