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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호 Jul 28. 2022

나는 왜 글을 쓰고 있나

교사로서의 글쓰기 

글을 잘 쓰는 재주는 참 부럽다.

요즘 따라 머릿속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말이든, 글이든 쉽지 않다는 자각과 함께 다른 이들의 훌륭한 글솜씨들을 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을 계속 하나씩 글로 옮기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 시작은 상담에서 시작했다.

1번부터 끝 번호의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공통적인 질문들이 있었다,

1학년 때는 '선생님,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해요?', '진로를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2학년 때는 '원하는 대학을 가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해요?', '정시 준비해야 할까요?'

3학년 때는 '선생님, 꼭 공부를 잘해야 하나요?', '대학 못 가도 잘 살 수 있죠? 그렇죠?'

'.......'


이러한 상담을 할 때마다 결국은 공통 답변을 하게 되는데, 차라리 공통의 답변이 담긴 유인물을 미리 나눠주면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브런치]라는 글쓰기 공간을 알게 되었고 여기에 그 답변들을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담을 하며 위와 같은 공통의 답변들을 요구하는 질문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해주었다.


'홍보는 아니지만 [브런치]에서 선생님 이름을 검색하고 목록을 쭉 훑어 읽다 보면 혹시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그래서 본인의 글은 주로 학습법, 입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지금은 책을 읽다가, 혹은 사색에 잠기다가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이 생기면 마치 조회, 종례 시간에 할 말인 것 마냥 여기에 적기 시작한다. 그러면 생각이 나름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면서 언제든지 하고 싶은 말을 조금이나마 학생들에게 또는 주변 선생님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물론 요즘 따라 기억력이 별로 좋지는 못해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를 때가 간혹 있기도 하다.)


이러한 상담 목적의 글쓰기 외에 글을 쓰면서 좋았던 점은 교사로서의 생각과 경험이 쌓일수록 머릿속에 마치 내 방구석의 옷장 마냥 어질러진 채 놓여있던 물건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안정감과 함께 글쓰기가 주는 배설의 쾌감도 빼놓을 수 없다. 누가 볼 지는 모르겠지만 - 이제는 학생들도 제법 구독하고 있어서 조심해야겠지만 - 내 부정적인 감정을 나름 순화시키며 글로 쏟아붓기 때문에 감정의 정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예전에 거실 책꽂이에 '인생 12진법'이라는 책이 꽂혀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여 심심풀이로 읽은 적이 있었다. 다른 건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말년운에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대목에서 실소를 금지 못하며 그 책을 덮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겨우 교사인데, 내가 어떻게 세상을?'


이 얘기를 언젠가 학생들에게 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한 학생이 이렇게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 혹시 저희들 중에 나중에 성공해서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친구는 그 공을 선생님에게 돌리는 인터뷰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그 이후로 나는 아무 말이나 내뱉기 시작했다. (혹시 아무나 내 말을 듣고 성공할 수 있을까 봐......)


선교사의 자녀로서 아프리카 태생이었던 한 학생이 대학에 떨어져 상심하고 있길래 


'이 시간에 아프리카(이집트)로 다시 돌아가 보는 건 어때?'고 무심코 말한 적이 있었다.


6개월 후, 그 학생이 다시 찾아왔다.


'어디 있다 왔니?'라고 물었더니


'선생님이 아프리카로 가라고 하셨잖아요?'라고 대답하길래 어리둥절하며 '내가?'라고 되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에서 소중한 인생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며 그것을 에세이로 작성해서 미국의 한 대학에 입학원서를 제출하였고 합격 여부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하였다. 선생님 덕분이라는 말과 함께.......


지금 나의 글쓰기도 위와 같은 역할을 기대하며 진행하고 있다. 

아무 글이라도 좋으니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로 작용하기를 기대하며 말이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혹시라도 생각의 변화를 느끼고 인생의 소중한 경험을 가질 수만 있다면 좋겠다. 부정적인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는 고등학교 생활에서 조금이라도 방향을 잡고 늦더라도 전진할 수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꼭 대학입시가 아니어도 우리 교사들이 지금의 상실감과 허탈감 속에서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배려하며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 조차 힘든 상황이라면 각자의 소소한 행복과 자그마한 만족을 즐기며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의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데 우연히라도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까지의 글들은 그러한 독자들의 기대와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다소 모자라거나 방향이 다를 수 있다.(그리고 애초 글쓰기의 시작이 본인의 학생 상담 목적을 위한 글쓰기였지, 다른 독자들을 염두한 글쓰기가 아니어서 의미 없는 글들이 많았다.) 그래도 학교 교육 현장에서의 꾸준한 성찰과 그에 따른 지속적인 글쓰기 과정을 연마하면 조금이라도 그들의 삶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글을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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