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내일만 살던 여자의 이야기
어느 날 베란다에서 커피를 마시던 중이었다. 하루를 통틀어 유일하게 아무 방해받지 않고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창을 통해 들어오는 쨍한 햇살에 눈물이 났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 행복해진다고 했던가.
나는 슬퍼서 눈물이 나는 것이 아니라 눈물이 나서 슬퍼졌다.
예전의 나는 이렇게 햇살 가득한 날, 그냥 훌쩍 여행도 가고 했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갑자기 센티해졌다. 이제는 그럴 수 없고,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묵직해졌다.
창 밖의 따뜻한 햇살이 오히려 아팠다. 앞으로 남은 날들을 지금처럼 살아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나는 좋아하는 음식이 뭐였지?
영화관을 언제 마지막으로 가봤더라?
나는 취미가 뭐였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었지?
나는 어느 순간 나를 잃어버렸다. 언제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나만의 나를 버리고 누군가의 나로 살아가는 것이 내 의지로 선택한 일인지 나도 모르게 그냥 그렇게 되어버린 건지도 알 수 없었다.
그냥 지금 원래의 나는 없었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며느리, 아이의 엄마라는 사람만 있었다.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줄 알았다. 최선을 다해서 가족을 위해 나를 희생하면 다들 잘했다고 칭찬해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내 인생의 절반을 지금처럼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니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나는 오늘을 살기보다는 늘 내일을 살았다. 그래서 나의 오늘은 없었다. 내일이라는 것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악마가 인간을 괴롭히는 방법이 절대 오지 않을 내일을 위한 완벽한 계획을 세워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대로 실천만 하면 되는 완벽한 계획. 하지만 그 완벽한 내일은 영원히 내일이기 때문에 오늘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은 영원히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 늘 내일을 계획하고 내일의 성취를 위해 오늘을 외면하고 희생하면서 살아왔다. 그렇게 허덕이며 사는 동안 나는 빛나던 나를 잃어버린거다.
내가 보고 싶었다. 있는 그대로 빛났던 나. 내가 나의 손을 놓쳐버린 거다. 어디서 손을 놓쳤는지, 다시 찾을 수 있기는 한 건지 불안하기만 했다. 어디선가 길을 잃고 지쳐 쓰러져 죽어 버린 건 아닐까? 불안해졌다. 더 늦기전에 잃어버린 나를 찾기로 했다.
찾으려 노력하면 찾을 순 있겠지?
다시 나를 만날 수 있겠지?
그렇게 나는 나 자신을 찾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