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이야기는 평범한 일상 가까이에 있어
일상의 유용한 정보를 수첩에 기록하는 습관은 기자로 활동하며 새롭게 얻은 소득이다. 강연 현장에서 귀로 들은 정보는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기억에서 소멸되지만, 글로 메모한 수첩의 기록은 저장고에 지식을 보관하듯 오랜 시간 간직하게 된다. 소셜리포터 일할 때, 업무 외에도 일상에서 취재 수첩을 자주 활용했다. 당시 퇴근 후 나영석 PD 강연을 들은 경험이 있었는데, 오랜 취재 수첩에는 이런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중요한 건 같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좋은 작가, 좋은 멘토, 좋은 PD. 좋은 사람들과 같이 일하며 같이 성장해 나가야 한다.”
나영석 PD의 말처럼 혼자 일하는 것보다 같이 일하는 것이 낫고, 이왕이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자기 성장에 더 유리하다. 중요한 것은 공동체에서 구성원 개인의 욕구와 갈망이 조화롭게 섞일 수 있느냐 아닐까. 공동체에 좋은 신뢰 관계로 어려운 일도 함께 힘을 합쳐 해결할 수 있는 이웃과 동료가 뒷받침 되었을 때 사람은 일로서 더 큰 성장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낯선 도시에 살던 나는 함께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고, 더불어 문화기획자로 청년들이 지역의 문화를 소비하며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에 관심 가질 수 있도록 다리를 놓고 싶었다. 그러면서 마을공동체에 관심갖고 시작한 일이 ‘다가치놀자 성수동에서’ 라는 프로젝트였다. ‘다가치놀자 성수동에서’ 프로젝트는 청년으로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며 느꼈던 나의 갈증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좋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성수1가2동 마을계획단에서 마을 공동체 활동을 하며 만났던 동네의 어른이자 선생님이셨던 이웃들은 항상 친근한 친구처럼 나를 따뜻하게 반겨 주셨다. 회의를 위해 공방에 들리는 날이면 따뜻한 차를 내어 주고, 때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었다. 내가 성동구 드림스타트 센터에서 꿈아날자 강사로 아이를 진심으로 보살피며 맡았던 친구 역할을 동네의 이웃 어른들께서 나에게 똑같이 해주신 것이다. 그리고 기자로 활동하는 동안 동네에서 자주 얼굴 마주치며 만나던 평범한 이웃들에게 자연스럽게 인터뷰 제안을 요청했다.
옛 속담에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위대한 이야기는 자신의 평범한 일상 가까이에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 뿐. 실제로 나의 경우도 자주 얼굴 봐오던 이웃들을 인터뷰하기 전까지는 그들의 찬란한 인생사를 잘 몰랐으니까.
더 나은 삶의 조건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는 다름 아닌 도시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구슬땀 흘리며 일하는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다. 마찬가지로 동네에서 마을공동체 사업 프로젝트를 위해 커뮤니티 모임을 진행했을 때 처음 기획 의도에는 조금 빗나갔을지 몰라도 프로그램에 주로 참여한 사람들은 일상에서 자주 얼굴 보고 인사 나눴던 평범한 이웃과 동료였다. 이웃으로 동료로 좋은 신뢰 관계를 맺고 함께 일하며 성장해 나아가는 좋은 사람들 덕분에 처음 겪은 어려움도 잘 극복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