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기 바라기
건강검진을 받던 날, 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위 내시경을 위해 수면 마취를 했는데 간호사분께서 내가 잠든 상태에서 이상한 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다섯 번 정도 수면 마취를 해보았는데 주삿바늘이 내 팔에 꽂히는 걸 보자마자 스르륵 잠들고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얌전히 자다 깨는 타입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내가 계속 누군가를 찾았다고 한다.
“환자분, 윤하가 누구예요? 계속 찾으셨어요”
“아.. 우리 아가예요.”
마취에서 깨는 순간에도 나는 우리 딸 이름을 애타게 외쳤고, 잠결에 받은 질문에 ‘우리 아가’라고 답했다. 게다가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어서 간호사분께서 휴지를 갖다 주시며 괜찮은지 걱정해주셨다.
그때가 우리 딸이 8개월 됐을 무렵이었다. 그전까지 한 번도 아기와 오랜 시간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건강검진받느라 나름 네다섯 시간 떨어져 있다 보니 아기가 보고 싶었던 걸까. 내 무의식 중에 아기가 그렇게 크게 지배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가끔 친구를 만나러 외출할 때도 대화 중에 아기 얘기가 나오면 보고 싶은 마음에 눈물이 찡할 때가 많다. 안 본 지 고작 몇 시간이나 됐다고 아기가 보고 싶어 우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울까 봐 눈물을 꾹 참는다.
예전에 워킹맘 선배가 꼭 그랬다. 아기 얘기가 나오면 무척 보고 싶어 하고 눈물을 글썽거리기까지 했다. 미혼이었던 나는 정말이지 이해가 안 갔다. ‘오늘 아침에도 보고 왔고, 집에 가자마자 또 볼 텐데 왜 그러지?’ 그런데 지금은 그 마음이 너무 당연하다. 아기와 하루 온종일 떨어져 있을 생각을 하면 상상만 해도 슬프다. 연인, 남편, 부모님도 이렇게까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본 적이 없는데 아기는 정말 단 몇 시간만 떨어져 있어도 그리운 존재다.
이제 한 달 후면 복직을 한다. 나는 자연스레 아기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상상해 본다. 온전한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설레기도 하고 보고픈 마음을 견딜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당연히 적응은 될 것이다. 아기를 위해서도 내 삶을 위해서도 일하는 엄마로 살아가는 것이 옳은 선택임을 굳게 다짐하고 일터로 나갈 것이다. 보고 싶은 마음, 안쓰러운 마음은 퇴근 후에 진한 사랑으로 표현해주면 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