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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저녁 Apr 02. 2019

이기적인 실천

비쩍 말라버린 북극곰, 장기에서 폐 플라스틱이 한가득 나온 채 죽은 해양생물. 미디어를 통해 접할 때마다 흠칫 놀라며 동정심 혹은 죄책감을 오가는 감정에 며칠을 불편하게 지내지만 딱히 내 생활에 변화를 불러오진 않았던 것 같다. 전쟁으로 인한 부상, 기아로 인한 고통을 전시한 NGO 단체들의 TVCF도 마찬가지. 오히려 불편한 마음에 채널을 돌리기가 부지기수였지.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오래 갔던가...? 

몇몇 곳에 기부를 하고는 있지만 기부하고 있는 단체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버는 돈의 10%는 기부를 하겠다는 어린시절의 결심을 아직은 이어가고 있다라는 내 작은 만족감을 위한 행동, 그 이상의 의미부여는 가식인 것 같고...


항상 헷갈리곤 했다. 기부에 대한 이슈, 환경 문제를 열거하는 내 입과 내 마음가짐은 일치하는가? 진보적인 척 혹은 착한 이미지를 가져가기 위한 가식은 아니었던가? 때론 가식인 것 같고 때론 진심이었던 마음 사이에서 스스로도 혼란스러워 하며 짧게 짧게 봉사활동을 끝내고 상대적으로 양심의 가책이 덜한 금전적 기부만 이어가는 것을 몇 년 째...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니 마음가짐이 조금은 변했다. 이런 식이면 우리 다음세대는 환경으로 인한 재앙을 겪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는 말이 이렇게나 와 닿다니. 이것도 나와 내 가족만 살면 된다라는 이기심의 발로일지 모르겠으나 이기심의 발로를 통해 몇 가지 실천적 활동을 시작하거나 이어가보겠다는 결심이 생긴 것. 


그 결심으로 <1> 텀블러 없이는 음료를 테이크아웃하지 않는다. <2> 일회용 수저를 사용하지 않는다. 혹시 배달음식에 같이 오면 모았다가 돌려준다. <3> 옷을 위시한 생활용품은 최소한으로 구매한다. <4> 장바구니를 꼭 들고 다닌다. 를 실천하고 있는데 이게 참 어렵다. 조금 더 불편하기가 이렇게도 어렵던가...많이도 아니고 아주 조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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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이후로 (속옷을 제외하고)내 옷을 구매하지 않고 있다. 약간 대견하긴 하면서도 스스로 웃긴 게.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여러가지 중 옷을 구매하지 않는 활동이 가장 쉬운 활동이더라. 새 옷을 사지 않는다는 건 약간의 허전함만 이겨내면 쇼핑을 귀찮아 하는 게으른 나에게는 딱 맞는 실천법인 것 같다. 옷은 심하게 헐거나 땀 흡수 등의 기능적 문제만 없으면 입는 것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 아닌가 싶기도 하고...간혹 올라오는 패션에 대한 욕구는 있는 옷을 다양하게 조합하는 법을 배움으로서 이겨내고 있고 탕진 욕구는 아이 먹일 간식류를 사는 것으로...덕분에 집에 과일이 끊이지 않네...?


요즘은 아이 장난감에 대한 욕심도 내려놓고 있다. 이거 사 주면 좋아하겠지?란 마법에 걸려서 전집도 사고 미끄럼틀도 사고 했는데 취향이 뚜렸한 아이는 내 기대에 부합하기도 깨기도 하며 내 소비를 계속 돌아보게 만들어 줬다. 덕분에 한동안 새로운 장난감은 들이지 않았고 이달 중 기존에 있던 장난감 중 오래된 것을 중고나 드림으로 처분하면 한동안은 장난감 수납함을 썰렁하게 비우고 지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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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꾸준한 실천이란 외부 요인의 영향보다 개인적인 동기가 가장 큰 것 같다. 일회성 기부나 관여가 낮은 정기 기부 활동은 여러 단체의 다방면에 걸친 푸쉬로 이루어질 수 있다 해도 개인의 생활양식을 변화하는 꾸준하고 관여가 높은 활동은 말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동기는 아무리 말로 잘 치장해도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것인 듯. 그래서 나의 이기심을 계속 자극해 주는 이가 있으면 좋겠다. 나만 잘 먹고 잘 살겠다 류가 아니라 내가 살고 내 아이가 살기 위해선 이런 것들이 불편해져야겠다는 결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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