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하는 사람, MD / 허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질문.
어떤 일 하세요?
항상 열심히 설명은 하는데 돌아오는 건 물어보기 전보다 더 모르겠다는 사람들의 표정. 언젠가부터 나와 직업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내가 하는 일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이런 나의 고민에 도움이 될까 읽어본 책. 기획하는 사람, MD.
취준생 시절 회사 경험이 전무했던 내게 MD란 단순히 좋아 보이는 상품을 고르는 사람이었다. 꽤 오랜 시간 문구를 좋아했던 나는 귀엽고 실용적인 문구를 고르는 MD가 되고 싶었다. 단순히 내 취향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고 좋아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우연히 MD가 되어 일을 해보니 꽤나 귀찮은 직업이었다. 예쁜 상품만 고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사람들의 취향은 천차만별이고 내가 고른 상품이 실제로 발주가 되려면 이 상품을 왜 구매해야 하는지 온갖 근거를 다 준비해야 했다. 가격은 적절한 지, 시장에서 먹힐지, 기존 상품중에 비슷한 건 없는지, 상품에 하자는 없는지, 생산업체는 믿을 만한 곳인지 등.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 일 투성이었다. 그렇다고 상품을 선택하고 발주하면 끝이냐 하면 이제부터 일은 시작이다. 어떤 특장점을 살려서 패키지에 실어야 하는지, 판매가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지, 생산업체가 사고 없이 생산은 잘하는지, 상품이 입고되면 판매는 잘 되고 있고 안 되면 원인이 무엇인지 등 처음부터 끝까지 다 신경을 써야 했다. 정말로 뭐(M)든 다(D)해서 MD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니었다.
일에 치이다 보면 회사에서 우리 팀이 제일 불쌍한 것 같고, 동네북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반면 이 책에는 MD라는 직업이 꽤나 멋있게 소개되어 있는데 그렇다고 없는 말을 지어내거나 억지로 과장해서 표현된 건 아니다. 아마도 저자가 본인의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의 삶과도 연결 짓고 계속해서 발전하려는 노력들이 MD를 쿨해 보이게 만든 것 같다.
책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취향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다. 좋은 취향을 가지려면 그 취향을 갖기까지 수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와인을 한 번만 마셔보고 좋은 와인을 고르는 안목이 생길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래서 저자는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 이 말을 한 그 사람의 뒤에 얼마나 많은 경험이 있을지 가늠해본다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MD 외 다양한 직업을 거쳤던 저자조차도 MD가 뭐 하는 일이냐는 질문에 쉽게 답변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마 그래서 이 책을 쓴 것 같기도 하다. MD 직무를 희망하는 취준생들, 일에 치여 MD라는 직업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는 현직자, 나처럼 MD라는 일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열에 아홉은 "MD는 뭐 하는 일이에요?"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그때마다 굳이 자세히 설명하기보다 상품 기획자라고 답하거나 다니던 회사의 이름을 대곤 했다. MD의 일을 한 줄로 설명하기란 아무래도 쉽지 않은가 보다. P10
MD는 상품을 중심으로 고객 경험을 기획하는 사람이다. P25
결국 매출을 잘 내는 사람 아닐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현실화해서 매출로 만들어내는 사람. P43
MD는 사람을 좋아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무언가를 좋아하면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게 되고, 관심이 쌓이면 또 다른 호감과 관심으로 이어진다. P149
난 성장하는 사람이 좋아. 자기중심적이지 않고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과, 기본적으로 사고방식이 좋은 사람들. 착한 사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고. 아무튼 살면서 말 통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의외로 쉽지 않다고 네가 말하지 않았어? P153
어떻게든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한다는 성취감 P169
Cover Photo by Dylan Gillis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