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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titudo Oct 03. 2021

반일파지만 일본 드라마는 보고 싶어

어제 뭐 먹었어? /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밥 먹을 때마다 넷플릭스 드라마를 켜놓는 버릇이 있다. 보통은 이미 몇 번이나 완주한 미드 3,4가지 중 그날 끌리는 것으로 선택해서 재생한다. 볼 때마다 재밌긴 하지만 어쩐지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고 싶었다. 그러다 내 눈에 포착된 '어제 뭐 먹었어?'. 먹방을 좋아하는 나를 저격하는 제목이긴 한데, 일본 드라마였다. 평소 친구들 사이에서 알아주는 반일파이지만, 이미 궁금증이 생겼으면 끝을 봐야 하기 때문에 재생을 했고 그렇게 빠져버렸다. 


알고 보니 만화로 유명했던 작품이 실사 드라마로 제작된 것이었다. 음식 이야기만 나오는 줄 알고 락다운 동안 밥 메뉴를 참고하려고 했는데 LGBT 관련 드라마이기도 했다. 드라마를 점점 시청하다 보니 사실은 LGBT 이야기가 주로 보여주고 싶은 주제이고 사람들에게 이 이슈를 익숙하게 만들고 싶어 모두가 좋아하는 요리와 정갈한 음식을 이용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출처: 구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미용사인 켄지(사진 왼쪽)와 변호사 시로(사진 오른쪽)가 주인공이다. 이 둘은 연인 사이로 시로가 매일 켄지를 위해 저녁을 해주는 게 주된 드라마의 내용이다. 


시로는 생긴 것과 다르게(?) 짠돌이 주부 스타일이다. 매일 퇴근 후 슈퍼마켓에 들려 저녁 메뉴를 사는데, 혹시나 식재료를 조금이라도 비싸게 사면 세상이 끝나가는 듯이 절망하곤 한다. 어느 날은 수박 그랜드 세일을 한 적이 있는데, 켄지와 둘이 먹기에는 양이 많고 가격은 저렴해서 사고 싶어 슈퍼 앞에서 세상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웃 아주머니를 만나 수박 한 통을 같이 산 후 반씩 나눠 가졌다. 원래 수박은 1인 1통 아닌가..? 심지어 아주머니는 3인 가족이었는데 5명이서 수박 1 통이라.. 역시 일본인들은 배가 작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매 화마다 음식 얘기가 나와서 그런지 자극적인 내용이 하나도 없는데도, 계속 다음 시리즈를 클릭해서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요리 관련 드라마여서 켄지가 요리를 할 때마다 내레이션이 나온다. 이 재료는 어떻게 조리해야 맛있고, 조리 과정을 요리책처럼 설명해준다. 웬만하면 드라마에 나오는 요리 하나쯤은 해 먹어 보려 했는데 워낙 사용하는 재료도 다채롭고 시로가 요리 천재라서 그냥 포기하고 시청만 하기로 했다. 


출처: 구글


멀고도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 식문화에서 확실히 한국과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집에서 밥을 먹으면 반찬 여러 개 다 꺼내놓고 푸짐하게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와 달리 일본은 메인 메뉴랑 밑반찬 1,2가지가 끝이다. 그릇도 철저히 각자 쓰고, 사이드 메뉴는 무조건 인당 한 개씩. 나처럼 천천히 먹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방식이다. 


출처: 구글


변호사와 미용사면 나름 전문직인데, 하겐다즈 아이스크림도 아껴뒀다가 어쩌다 한 번씩 꺼내 먹는 소박한 모습이 왠지 정겨웠다. 주인공 두 명의 발란스도 참 좋았다. 시로는 알뜰살뜰 장을 보면서 켄지를 위해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켄지는 시로가 해주는 요리를 먹을 때마다 요리왕 비룡처럼 화려한 맛 평가와 함께 고음의 리액션을 매 끼니마다 보여준다. 드라마를 보면서, 먹을 때마다 저렇게 반응해주면 요리 해줄 맛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구글


새해를 맞아 처음으로 시로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켄지. 평소에 핑키핑키한 색감의 옷을 입다가 남자 친구 부모님을 만난다고 나름 신경 쓴 모습인데 자꾸 욘사마가 떠오르는 이유는? 아직도 욘사마님 일본에서 잘 나가시나 보다. 


드라마를 볼수록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리틀 포레스트'가 떠올랐다. 큰 이슈 없이 잔잔한 줄거리에 요리과정이랑 음식을 맛있게 먹는 주인공들이 나온다는 게 비슷한 것 같다. 그리고 두 작품 모두 맛있는 음식들 사이사이 모두가 공감할만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살며시 보여준다. 리틀 포레스트는 미래에 대한 고민, 걱정, 현실도피를 보여줬다면 '어제 뭐 먹었어?'는 가족, 연인 및 주변 사람들과의 일상, 생활비 절약 등의 내용에 공감이 갔다. 


이렇게 잔잔하게 하루하루 일상을 담은, 착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시리즈 너무 좋다. 넷플릭스에 얼른 다음 시즌들도 업로드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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