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고로 구입한 아이패드 매직키보드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다. 결론은 매직키보드가 있어도 아이패드가 컴퓨터를 대체하는 매직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였다. 한동안 루마퓨전을 이용해서 영상편집 기기로 활용을 해봤지만 계속 같은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게 있어도..
대체 이걸 왜 맥북이 아닌 여기서 하고 있지?
맥북 못지않은 쾌적함이 있었지만 컷 편집 중 웹서핑을 하는 것도 더 번거로웠고 배경음악을 하나 다운로드하는 것도 절차가 꽤나 귀찮았다. 아이패드에서 영상을 편집한 건 좋아서가 아니라 이렇게라도 쓸모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결국 아이패드와 매직키보드를 중고로 처분하고 말았다. 출시된 지 2년이 훌쩍 지난 기기의 중고 가격은 역시 놀라웠다.
역시
아이패드
12.9인치 3세대 모델은 지금 아이패드 프로의 디자인이 처음으로 적용된 모델이다. 홈버튼이 없어지고 상하좌우 같은 두께의 베젤, 깻잎 통조림 디자인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5년 넘게 사용 중인 12.9인치 1세대 모델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같은 화면 사이즈..
더 부드러운 화면, 더 훌륭한 스피커, 지금 사용해도 전혀 부족함을 느끼기 힘든 성능. 거기다 내가 산 모델은 셀룰러 모델이라 이동하면서 쓰기에도 그만이었다. 뭐하나 흠잡기 어려운 아이패드 프로였다.
문제는
아이패드
하지만 이렇게 좋은 아이패드를 계속 쓰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아이패드 때문이었다. 5년 넘게 사용한 1세대 모델, 결정적으로 이놈 때문에 중고로 처분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매직키보드로도 소구 되지 않는 생산성, 그림을 잘 못 그리는 내 능력을 감안하면 이제 아이패드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넷플릭스, 웹서핑, 책 읽기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게임머신. 여기까지의 기능만을 생각했을 때 여전히 아이패드 프로 1세대에서 보는 넷플릭스의 화질과 사운드는 괜찮았고 웹서핑은 부족함이 없고 같은 화면 사이즈에서 읽는 책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같은 목적의 제품을 두 개나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중고로 처분했지만 사실 아직까지 아른거리는 제품이긴 하다. 매직 키보드에 결합하고 그냥 책상 위에 두면 가끔 뿌듯한(?) 마음이 드는 몇 안 되는 제품이었다.
할 수 있는 건
그대로인데
더 좋은 디자인, 더 좋은 성능, 더 가벼운 무게처럼 기기를 새로 사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감이지 않을까? 더 좋은 화질로 영상을 담고 싶어서 카메라를 새로 샀고, 더 넓은 화면을 이동 중에 쓰고 싶어서 폴더블 폰을 샀다.
더 좋은 성능은 더 좋은 경험을 만든다. 이게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지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세트로 팔아요
하지만 이번 아이패드의 더 좋은 화면, 성능, 스피커는 다른 경험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이 아이패드에서만 되는 무언가가 있었다면 지금 이 글도 아이패드로 쓰고 있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