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쓰고쓰기 07화

유선의 행복

final e-4000 이어폰

by NEOSIGNER

ㅆㅆ1



남자가 가지면 안 되는 취미?

인터넷에 흔한 주제로 남자가 가지면 안 되는 취미 (정확하게는 유부남이다.)에서 빠지지 않는 취미로 오디오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디오가 취미라고 인증하는 글 대부분은 적게는 몇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억대를 호가하는 장비를 인증하곤 한다. 이 글의 앞단만 본다면 가성비 좋은 스피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지만 괜찮은 스피커를 살 여력도, 집에 놔둘 공간이 없는터라 소리와 관련된 관심은 자연스럽게 이어폰으로 이어졌다.


늘 그렇지만 지름신은 우연한 곳에서 온다. 우연히 본 DAP(플레이어)에 호기심이 생겼고 우연히 LG전자의 v30 휴대폰을 5만 원에 구하게 된다. (이놈도 나중에 다룰 예정이다) 분에 넘치는 dac를 탑재해서 음악을 듣는 유저들에게는 고가의 DAP대용으로 주목받던 놈이라 덜컥 구매했지만 이상하게 기존의 번들 이어폰으로는 그 차이를 느끼기 너무 어려웠다.


1593649029090.jpg?type=w966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렇게 또 서치를 하게 되고 v30의 경우 전문가 음향모드가 되어야 제대로 dac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LG 휴대폰은 내장 dac를 사용하는 ‘전문가 모드’가 별도로 있는데 이는 저항이 높은 리시버를 꼽았을 때 자동으로 활성화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일반적인 이어폰은 저항이 낮아 이 ‘전문가 모드’를 강제로 켜줘야 하는데 음악 덕후 전문가님들은 이를 위해 저항이 달린 연장선을 판매하고 계셨다. (음악 하나 듣기 정말 어렵다.)


그래서 사게 된 저항 연장선, 정말 별거 아니게 생겼지만 이것을 꼽고 이어폰을 연결하면 드디어 v30의 ‘전문가 모드’를 활성화할 수 있게 된다. (대체 왜 이 부분을 간단하게 바꿀 수 없게 해 놨는지 이해가 안 간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연장선을 꼽고 이어폰을 꼽아야 ‘전문가 모드’가 활성화된다는 점이다. 미리 연장선과 이어폰을 연결한 상태에서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슬슬 지쳐간다.)


자, 그럼 이제 플레이어, 전문가 모드를 위한 연장선까지 샀으니 만족을 했을까? 아니, 그러지 못했다. 출력의 변화는 확실히 느꼈지만 이왕 하는 거 한 단계만 더 나아가고 싶었다. 바로 이어폰 구입하기.


1593649029787.jpg?type=w966 여차 저차 해서 사게 된...


최종 후보로 오른 제품은 슈어의 se215와 파이널 e4000이었다. 디자인 기준으로는 슈어 se215가 너무 맘에 들었지만 이어폰의 목적 기준으로는 전반적으로 e4000 추천이 더 많았고 구매하였다.




ㅆㅆ2


1593649030439.jpg?type=w966


알찬 구성품, 괜찮은 마감



패키지 자체는 특별한 것이 없다. 하지만 꽤나 알찬 구성품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실리컨 케이스다. 꽤 고급져 보이는 이 케이스는 실제 별도로 판매하는 제품이다. 훅까지 같이 포함되어 이어폰 관리에 좋긴 한데 이어폰은 둘둘 말아서 케이스에 넣는 과정이 그리 매끄럽지는 않다. 일반 지포 향, 버튼형이 아닌 바닥을 밀어 세 군데를 고정시키는 구조라 좀 번거롭고 이어폰 전용이라 연장선과 같이 보관을 하기에는 부족한 사이즈다. 처음에는 좋았으나 요즘은 그냥 핸드폰에 둘둘 말아서 휴대하고 있다.


1593649031117.jpg?type=w966 닫는 방식이 매끄럽지는 않다.


그다음 폼팁. 인이어 이어폰을 사용하는 경우 폼팁은 매우 중요하다. 폼팁의 재질, 사이즈에 따라 전달되는 소리가 다르기에 추가로 고가의 폼팁을 사는 경우도 많이 있다. 파이널의 경우 폼팁을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그 품질이 우수한 편이다. 보급형 모델의 경우 오죽하면 폼팁을 사면 이어폰을 준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폼팁의 품질이 매우 좋았다. 개인적으로 실리콘 형태의 폼팁을 그동안 선호하지 않아 스펀지 형태의 폼팁을 별도로 구입했었는데 이 제품을 쓰는 동안에는 그럴 필요를 못 느꼈다.


1593649031820.jpg?type=w966 저 핑크는 맘에 안 들지만 폼팁 품질은 굿!


페브릭 재질이 아닌 게 아쉽기는 하지만 이어폰 줄의 경우 너무 얇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은 두께다. 기억자 플러그 형태로 연장선과 같이 연결 시 좀 부 조화스럽기는 하다. 나름 고급형(?)이라서 케이블은 유닛과 분리가 가능한 형태다. 이어폰 선이 단선될 경우 별도로 구매해서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이어폰 선과 유닛의 분리가 매우 단단해서 힘껏 힘을 주어야 한다. (잘 안 빠지는 게 당연하지만 너무 안 빠져서 좀 당황스러웠다.)



ㅆㅆ3



매일매일 좋아지는 것 같은 착각



이어폰 유닛 자체가 작은 편이라 귀에 꼽았을 때 별로 부담이 없다. 작은 유닛으로 귀에 꼽았을 때 고정이 잘 안될 것 같았지만 폼팁으로 충분한 착용이 가능했다. 맨 처음에 착용했을 때는 그동안 인이어들과 다르게 부담 없는 느낌이 매우 좋았다. 아무래도 유닛이 작아 귀에 닿는 면적이 작아서이지 않을까 싶다.


1593649032520.jpg?type=w966 방향 표시는 유닛과 케이블 모두에 되어있다.

다만 장시간 착용했을 때 귀 안쪽이 불편해지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편하다고 생각한 폼팁이긴 하지만 폼팁으로만 유닛을 고정하고 있어서인지 약간 귀 안쪽이 뻐근해지는 느낌이다. 유닛 사이즈가 큰 이어폰을 사용했을 때와 비슷한데 귀 안쪽에서만 느껴진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꽤나 장시간 동안 (1시간 이상) 계속 착용했을 때만 나타나는 증상이라 크게 거슬리진 않다.


1593649033225.jpg?type=w966 괜찮은 마감


가장 중요한 소리, 자고로 이어폰 리뷰라면 전문적인 그래프, 소리의 공간감, 양감, 뭐 이런 용어들을 써야 하지만 사실 그 단어들의 의미를 잘 모르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이어폰의 리뷰에 나오는 용어들은 마치 각종 형용사를 사용하면서 표현되는 와인 맛을 묘사한 것과 비슷한 거 같다. (별로 공감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1593649033948.jpg?type=w966


일반인 시점으로 표현을 해보자면 우선 쓸만한 dap+저항 잭+e4000의 조합은 그냥 들어도 확실히 좋다는 느낌은 바로 든다. 기존 번들 이어폰이 귀 쪽에서 소리가 들리는 느낌이라면 보다 머리 중심 쪽에서 소리가 들리는 느낌이 든다. (뭔 소린지…) 사실 맨 처음 음악을 들어 보았을 때는 생각보다 명료한 느낌이 적어서 약간 실망했었다. 고음 쪽이 조금 답답하단 느낌이었는데 확실히 계속 사용을 해보니 (전문용어로 에이징이라고 하는..) 점차 답답함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1593649034721.jpg?type=w966 분리형 케이블


요새 Tidal MQA로 평소에는 듣지 않았던 클래식 음악을 종종 듣는데 악기 소리를 들을 때 만족감이 가장 높았다. 보컬 또한 현장감 있고 명료하게 들리고 굳이 MQA음질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음질이라 생각한다. 이래서 이어폰, 스피커 하나보다.



ㅆㅆ4



준비하고 음악을 듣는 경험



음악을 듣는 경험 측면에서 그동안은 어떻게 하면 더 편리하게 음악을 들을지를 고민한 서비스와 제품들이 계속 나왔다. 좀 더 음악을 선택하기 위해 음반> mp3> 스트리밍으로, 더 편하게 듣기 위해 블루투스 스피커, 와이어리스 이어폰처럼 항상 포커스 되는 이점은 편리함이었다. 요즘 핫하다는 에어 팟 프로나, 갤럭시 버즈가 아닌 이 제품의 리뷰를 쓰는 건 어찌 보면 이런 방향과는 정반대라고 볼 수 있다. 음악을 듣기 위해 별도의 휴대폰(dap)을 들고 다니고, 거기에 저항 잭을 꼽고 유선 이어폰을 사용한다? 지하철에서 대부분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요즘의 트렌드와는 전혀 맞지 않다.


1593649035381.jpg?type=w966 좀 거추장스럽지만..


그런데 이제는 이런 방식에 익숙해졌다. 쉽게 듣는 음악이 아니라 좋은 음질의 음악을 듣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랄까? 조금 거추장스러울 수 있으나 그 이후에 듣게 되는 음질은 그 번거로움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한 거 같다.


'할 일 없으니까 음악이나 듣자’가 아닌, '음악을 한번 들어볼까'에서 시작되는 경험을 이 이어폰이 만들어준 듯하다. 가격은 조금 나가지만 그래도 웬만한 스피커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추천한다.



쓰고쓰기 - 써본 제품만 다룹니다. 저도 최신 제품 써보고 싶습니다.


keyword
이전 06화윈도우 맥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