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3시간 아르바이트 보고서
지난 일요일 설문조사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였다. 설문조사 내용은 XXX박물관에서 시행하는 박물관 인식도 조사. 박물관 자체에서 하는 조사가 아닌, 박물관에서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서 그 컨설팅 업체에 고용되어하게 된 설문이었다. 당연히 설문내용은 서울에 있는 박물관 전반에 관한 질문과 XXX박물관에 대한 조사로 이루어진 약 20문항 정도의 설문이었고, 약 3-5분 정도 소요되었다. 그리고 당연히 개인정보는 포함되지 않으나, 조사를 위한 성별과 나이대는 항목에 존재하였다.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이상 그룹에서 각 10명 정도 씩 설문을 받아 총 50명의 사람들에게 설문을 받는 것이었다. 그리고 설문을 하고 나면 문화상품권 5천 원을 주기로 하였다.
남편이 컨설팅 업체 담당자인 관계로 좋은 단기 아르바이트 (일당 페이가 좋았다)를 얻어 남동생과 내가 설문을 받기로 하고, 남편은 백업을 해주기로 하였다. 일요일 오전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기 전에 코디에 매우 신경을 썼다. "도를 아십니까"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이렇게도 입어보고 저렇게도 입어보고 패션쇼를 하다가 결국 검은색 바지에 남색 PK티셔츠를 입었다. 모자를 쓰거나 양산을 들면 진짜 도를 아십니까 처럼 보일까 착용하지 않았다. 일요일 오전 11시 30분. 경복궁 매표소가 있는 너른 공터에 도달하여, 정비를 하고 설문을 위해 사람들에게 말을 건넸다. 와우... 처음 30분 동안 약 2명에게만 설문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 나도 설문조사 거의 안 하지.... 잊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일요일이라 1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설문조사는 약 3시간이 지나 끝났다. 생각보다 이상한 사람일까 봐 안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부터는 설문조사와 각 연령대별 특징 보고
<경복궁 근처에서 설문 조사할 때 팁>
1. 매표소를 지나 경복궁 안으로 본격적으로 들어가서는 (표를 내고 들어가는 장소: 흥례문) 설문조사 금지! 직원분에게 제지당했다. 생각해보니 경복궁 궁내에서 설문 조사하면 컴플레인하는 관람객들이 많을 듯하다.
2. 요즘 청와대가 개방되었는데, 경복궁 안으로 들어가서 청와대 쪽으로 나가는 문이 개방되었다고 한다. (처음에 그 사실을 모르고, 어떤 모녀분이 물어보셨는데, 경복궁을 빙돌아 청와대로 가는 길을 알려드렸다.. ㅠㅠ 죄송해요 ㅠㅠㅠ)
3. 경복궁 들어가기 전 매표소가 있는 너른 공터에서 설문조사를 할 때는 경복궁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다 바쁘다고 설문조사를 해주시지 않는다. 나오는 사람들을 공략할 것! 그리고 한복 입으신 분들 중에 경복궁을 나오는 분들은 한복 반납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설문조사를 잘해주시지 않는다.
4. 수문장 교대식과 같은 볼거리가 진행되면 약 15분 전부터 방송이 나온다. 그때는 사람들이 볼거리를 기다리기 때문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설문을 하실 의향이 있으신지 물어보면 많이들 응해주신다. 그리고 볼거리가 끝나면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지기 때문에, 설문을 할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5.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은 버스 타고 경복궁 앞을 지나갈 때만 봤는데, 진짜 볼거리다!! 특히 커다란 북을 중간중간 치는데, 북이 울리는 소리가 어마어마하다. 못 보신 분들이 있으면 정말 강추!
각 나이대 별 특징 보고
<10대>
- 마냥 해맑다. (부럽다.)
- 주로 한복을 입고 친구들끼리 오거나, 부모님과 같이 온 10대 친구들이 많았다.
- 간혹 커플끼리 온 10대 친구들이 있었는데, 둘이 이야기하는 걸 듣고 있으면 반짝반짝 예뻤다.
- 설문이 끝나고 문화상품권을 낼 밀면, 순간 얼음이 된다. 눈에는 "이걸 받아도 되는 건가?"라고 쓰여있다.
<20대>
- 20대 커플들이 세상 프렌들리 하다. (사랑합니다 20대 커플님들)
- 둘 다 예쁘게 입고, 예쁘게 데이트하러 나온 게 보였다. (한복은 거의 입지 않음)
- 설문이 끝나고 문화상품권을 드리면, "진짜 주시는 거예요?"라고 한다. 역시 이들도 당한 적이 몇 번씩 있는 듯하다.
<30대>
- 요즘 30대는 어려 보여서 사실 20대랑 많이 헷갈린다. 근데,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30대들은 명품을 많이 가지고 있다. (난 30대이지만, 일단 없다.)
- 설문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면, 커플의 경우 일단 남자분이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님들도 많이 당했군요 ㅠㅠㅠ 저도요.. ㅠㅠㅠ)
- 설문에 응해주시는 분들의 눈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이 땡볕에, 이 주말에 님도 고생 많이 하면서 사시는 군요..." (물론 주관적인 판단이며, 남편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코웃음을 쳤다.)
<40대>
- 40대의 설문을 제일 적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40대는 아이들과 씨름하면 다닌다. 아이들과 같이 다니는 분들에게 말을 걸기란 쉽지 않다. 너무나도 정신없어 보이셔서....
<50대 이상>
- 설문 의향이 있으신지 질문하면, 대답조차 안 하시고 무표정으로 지나가시는 분들이 많다. 아니면 손바닥을 보여주신다. (강력한 의사표현이다!!)
- 무슨 설문이냐고 물어보셔서 "박물관에 관한 설문조사입니다."라고 하면, 박물관을 잘 모른다고 그냥 가시는 경우도 많았다.
- 설문이 끝나고 문화 상품권을 드리면, 이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신다.
그리고 앞으로 설문을 할 일이 있으신 분들을 위한 팁
1. "설문에 응해주시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라고 처음에 말하는 것은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 결국에 보상이 있던 없던 설문을 하실 분들은 해주시고, 안 하시는 분들은 안 해주신다.
2. 노란색 조끼같이 뭔가 유니폼 같은 것을 입고 있다면 좀 더 "도를 아십니까"처럼 안 보일 듯하다.
3. 2명이 한 팀이라면 두 팀 정도는 있어야 좋을 것 같다. 설문을 하는 동안에 뭐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꽤 있었다. 그분들도 하면 좋을 텐데, 인원 부족으로 설문을 한 번하고, 다시 리셋되어 설문에 응해주실 분들을 찾아다니는 게 힘들었다.
4. 되도록 그늘에서 하도록 하자. 내 팔을 화상을 입은 것처럼 난리가 났었다....
지금까지 설문조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느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