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인재들을 활용해야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날 수 있다.
필자는 한국, 미국, 홍콩에서 창업을 해봤다. 덕분에 세 나라의 창업 환경, 법적 제도를 경험할 수 있었다. 창업 전에 뉴욕에서 유태인이 운영하는 회사와 산학협력건으로 여름방학 두달동안 매일 출근하며 고객데이터 분석을 했었다. 한국에 참 우수한 인재들이 많고 아이디어도 좋은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다국적 인재들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뉴욕 유태인 기업은 당연히 전세계 인종 집합소였고 홍콩에서 만난 가상화폐 거래소 사장은 프랑스 출신, 20명도 안되는 작은 기업이지만 이집트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영상 통화로 인터뷰 하고 다들 채용되어 홍콩에서 일하고 있었다. 필자가 창업한 스타트업은 규모는 작지만 전세계에서 인재를 찾고 이들과 원격으로 일한다. 뉴욕, 시애틀에서 고객 경험 분석 리서치와 서울에서 고객 행동 예측 통계 모델링, 필리핀에서 직접 세일즈를 위한 잠재 고객 리스트를 작성, 한국에서 웹개발을 했다. 이메일 마케팅은 프랑스 스타트업 서비스를 활용하고 홍보 동영상은 일본에 있는 영상 감독이 올린 공개 동영상을 활용하여 미국에서 프리랜서 성우에게 녹음을 시켰다. 영상에 나오는 배우들은 일본에서 찍은 공개된 영상이라 난 배우들 만난 적도 없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나오는 제품 홍보 영상은 미나리 감독이 교수로 있었던 한국유타대에서 영상 전공 인턴 학생과 필자가 직접 찍어 편집해서 제작했다.
소비자 선호도 리서치를 담당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출신 한국뉴욕주립대 졸업생은 시애틀에서 원격으로 일하는데 영어로 글을 잘 써서 블로그 글과 홈페이지에 들어가는 영어 자료들을 만들고 있다. 필자의 회사는 원래 시작이 미국 회사였고 웹트래픽의 85%가 해외이다 보니 외국인 인력이 필수적이다. 본사가 미국 회사이다 보니 미국 투자회사들이 먼저 연락오기도 하고 독일에서 리서치 회사에서 문의가 와서 미국에 서버가 있을텐데 유럽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법에 문제가 없는지 물어본다. 회사에 독일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독일에서 필자의 소프트웨어로 열심히 연구한 독일 대학교 졸업 예정 학부생에게 인턴쉽 관심있냐고 이메일 보내고 답변 기다리고 있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하더라도 꼭 한국 회사로 창업해야 한 것은 아니다. 미국 영주권 시민권이 없어도 미국에 회사를 만들 수 있고 미국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필자처럼 4년 넘게 미국 회사를 계속 유지하며 운영할 수도 있다. 사업을 하는 독자 중에 영어가 원어민수준은 아니더라도 해외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지 고민해보고 시도해보길 바란다. 물론 어렵다. 한국말로 해도 뭘 할 지 말하기 어려운데 영어로 표현하고 의사 소통하는게 보통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해외 인력들이 외국 잠재 고객의 눈길을 확 끌어들이는 헤드라인을 구상해 올 수도 있고 이들과 소통하며 세일즈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스타트업은 시작할 때부터 세계 시장을 염두해 두고 포춘 500대 기업의 2/3가 등록하는 미국 델라웨어에 회사를 등록하고 세계에서 인재를 구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잡식성 회사다. 한국 정부에서 외국인 인재를 쉽게 쓸 수 있게 노동허가 나아가 영주권까지 받을 수 있게 길을 터주고, 외국인 유학생들도 쉽게 창업할 수 있는 길을 터주어야 한다. 필자가 홍콩시립대교수로 취직했을 때 불과 2주만에 홍콩정부에서 노동허가가 나와 바로 수업을 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방글라데시의 천재 개발자를 줌으로 인터뷰하고 2주만에 채용할 수 있을까? 일단 노동허가 알아봐야 복잡하고 하지말라고 정부 규제가 있을 것이다. 정부관계자는 가뜩이나 청년 실업이 문제인데 외국인 채용할 자리 있으면 한국 청년에게 기회를 주라고 할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단순히 국내의 3D 업종 노동자를 보충하는 대체인력으로만 보아서는 한국 기업들이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날 길이 없다. K-pop, K-drama로 한국에 어느때보다 관심이 많은 세계의 인재들이 여러분과 같이 일할 기회에 선뜻 손을 내밀 지 모르며 이들이 또한 로또를 가져다 줄 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