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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포선라이즈 Nov 02. 2022

엉엉 우는 아들이 부러웠다

환자의 보호자라는 신분으로






        아직 전신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은 아이가 침대에 실려나왔다. 오분 십분내로 깰 수도 있고 조금 더 잘 수도 있지만 걱정하실 건 없습니다. 수술은 잘 끝났고, 마취가 풀리면 아프다고 할때 손으로 눈을 비비지 못하게 해주세요.


        수술할때 환자가 쓰는 푸른색 수술모자를 쓰고, 얼굴에 산소호스를 달고 누워서 자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깨어나길 기다렸다. 일어나서 아프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걱정도 되고 대처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고민이 됐다.


        수술실에 도착한건 AM 8:30. 간단한 수속을 마치고 병원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엄마 나 수술 안하면 안돼? 몇번째 하는 말인데 그 말을 들을때마다 내 마음이 흔들리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재희야 엄마 얼굴좀 봐바. 재희의 눈을 다시 한번 들여다 봤다. 오늘따라 별로 눈동자가 밖으로 빠지는 것 같지않고 이만하면 괜찮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요동쳤다. 외사시 수술을 꼭 해야하는건가, 안해도 그럭저럭 살 수 있을텐데 굳이 눈에 칼을 댈 이유가 있는건가.  


        재희는 눈이 작아서 유심히 보지 않는 사람들 눈에는 '외사시'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는다. 하지만, 외모에만 해당되는 문제였다면 정말로 수술 하는 것을 번복했을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약시나 근시로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이렇게 많은 어린이 사시 환자들이 수술대기 중인거겠지. 수술을 예약한건 6개월전이었고, 재희 앞으로 1000명의 수술 일정이 있다는 소리에 깜짝 놀랬는데 어느새 재희차례가 돌아와있다.


        손등에 혈관을 찾아 링겔바늘을 꼽으려는 간호사선생님에게 잠깐만요, 잠깐만요! 아직 준비가 안됐어요, 하면서 작지만 확실하게 불안한 눈빛을 한 재희의 눈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선생님의 인내심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 후에 간신히 재희는 손등을 내어주었고, 링겔을 꼽으면서 나는 재희에게 말했다. 어차피 전신마취 하고 수술을 하게 되는거라서 너가 이 수술 과정에서 제일 아픈것이 이 바늘 꼽는거야, 재희야.


        수술이 시작하기 전에 수술실 침대에 눕는 것은 매우 무서운일이다. 나도 그건 알고 있다. 재희 손을 잡아주어도 재희는 안정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누워있는 환자를 향해 집중된 스포트라이트와 복잡하게 생긴 기계들, 수술도구들. 간호사선생님들. 공포가 아닐수 없겠다. 다행인건 젊은 레지던트 선생님이 친근하게 재희에게 말을 걸어주었던 것. 재희야 너도 포켓몬빵 좋아해? 우리 병원 CU에는 저녁 여덟시에 들어오는데... 라는 말에 하면서 동시에 수면마취가 시작되어 온몸에 힘이 빠져버린 재희. 갑자기 잠들어버린 재희를 두고 수술실 밖으로 나왔다. 수술에 걸린 시간은 1시간 남짓이었다.


        마취에서 깨어난 재희가 울기 시작했다. 눈을 비비겠다고 몹시 당황하고 화가난 목소리로 눈을 비비지 못하는 것에 대항하며 울기 시작했다. 아퍼, 아프단말이야. 아파서 눈을 감을 수가 없잖아. 으아아아아앙. 어어어어엉.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거야. 그렇게 울면 더 아퍼, 울지말고 있어봐.


        아픈데 어떻게 안울어...어어어어흐흐흑.


        정말 큰 소리 내어 엉엉 우는 나의 커다란 아들을 보는 마음이 이상했다. 사탕이나 과자를 준다고 하면 울음을 그치던 아이였을때도 이렇게 크게 운 적은 없었는데. 안아서 달래고 업어서 달래면 되는 작은 아이가 아니라 이렇게 큰 아이의 울음을 멈추는 방법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재희가 제일 좋아하는게 뭐더라, 게임? 유투브?

        재희야, 유투브좀 볼래? 이거 봤어? 너가 좋아하는 배드워즈 영상 이거 본거야?


        그렇게 좋아하는 유투브를 보라고 하는데도 안본다고 밀쳐내고 계속 울고 있다. 침대를 발로 쾅쾅 발버둥까지 쳐가면서 심하게 울어서 한발짝 물러나 앉아버렸다. 아퍼, 아퍼... 어어엉. 엄마 너무 아퍼. 고문을 당하는거같애. 눈이 따가워서 감을 수가 없잖아. 눈을 감고 자고 싶은데... 어어엉 어어엉 어엉. 그날 수술실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어린이가 재희였는데, 가장 심하게 울고있다.


        원래 아이들이 다 저런가? 나는 왜 어디가 아프다고 엄마앞에서 엉엉 울어본 기억이 없을까. 엄마가 나보다 더 먼저 화를 내거나 더 크게 속상한 감정을 털어내서 나는 그런 것을 표현하지 않는 아이로 자란 것 같다. 어쩌면 그냥 태어났을때부터 그런애였는데 엄마 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디가 아프다고 엄마앞에서 엉엉어엉어어어어어엉 하고 울어본 적이 없는 나는, 저렇게 울어버리는 커다란 재희가 조금 신선했다. 나한테만 더 엄살을 부리는 커다란 생명체구나.


        수술은 잘 끝났고, 미세한 차이지만 어쨌든 재희의 눈동자들이 가운데로 제자리를 찾아왔다. 미세한 차이지만 확실히 인상이 뚜렷해진 느낌이 든다. 수술 후 한달동안은 수영은 자제해주세요. 라는 안내문구와 함께 무더운 여름날에 물속에서 잠수를 하지 못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어하는 나의 아들 재희. 몇번의 외래진료 후에 그렇게 외사시수술은 마무리됐다.


모든 부모의 바램이겠지만,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라는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됐다.

누가 쓴 카피일까, 인사이트가 정말 대단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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