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특별회의 위원들 14일 기자회견... 86명 중 48명 집단 사직
여성가족부(아래 여가부) 산하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아래 진흥원)이 담당하는 '청소년특별회의(아래 특별회의)' 소속 청소년위원들이 "비상계엄에 대해 특별회의 규정상 중립 유지를 들어 그 어떤 정치적 언급도 불가능하도록 암묵적으로 침묵을 강요했다"며 집단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특별회의는 청소년기본법 제12조에 의거해 17개 시·도 청소년과 청소년전문가들이 청소년의 시각에서 청소년이 바라는 정책과제를 발굴해 정책화하는 정부 산하 청소년 참여기구다.
청소년특별회의 소속 청소년위원 48명 "부끄럽게 침묵할 수 없다"
특별회의 청소년위원 48인 일동이라고 밝힌 청소년들은 14일 오후 1시 30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앞에서 사직 기자회견을 열었다. 위원 정수는 86명으로 절반 이상의 청소년들이 특별회의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것.
기자회견이 열린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를 지나가는 많은 윤석열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청소년들을 향해 "미친놈들, 집에 가서 공부나 해"라며 욕설을 내뱉었지만 청소년들은 당당히 윤석열 규탄 구호를 외쳤다. 청사에 배치된 경찰들과 기자회견에 참가한 청소년지도자들도 이들을 제지하며 청소년들을 보호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청소년정책 망친 내란수괴 윤석열을 거부한다. 우리는 형식적 (특별회의) 규정을 이유로 부끄럽게 침묵하지 않고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에 따라 헌정 파괴범과 그가 이끄는 정부의 하수가 되지 않고자 절절한 외침을 마지막으로 사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 소속으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없다"고 위원 사직 배경을 설명했다.
또 윤석열 정부가 12·3 비상계엄 내란사태 외에도 청소년정책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청소년참여기구 운영 예산 및 청소년 성인권교육 예산 전액 삭감을 비롯한 청소년정책 무력화, 학생의 기본권을 규정한 학생인권조례 폐지 등 청소년의 기본적인 인권과 삶을 위협하는 행태를 지속해 왔다고 비난했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직원 '현직에 있을 때는 조용히 있어주면 좋겠다'고 해"
김경훈 특별회의 부의장은 "부끄러운 침묵을 멈추고 시민과 청소년으로서의 의무를 좇아 계엄의 수괴가 이끄는 정부의 하수가 되기를 거부하며 '진짜 반국가세력'에 대항하고자 청소년특별회의 운영규정 제8조제2항에 따라 사직한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이번 비상계엄 규탄 의사를 밝히자 진흥원 측 모 직원이 '특별회의 현직에 있을 때 공개적으로 그런 활동을 하게 되면 조직운영에 타격이 될 수 있으니 현직에 있을 때는 조용히 있어주면 좋겠다'라며 사실상 침묵을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또 "특별회의 운영규정에는 정치적 중립성이 명시되어 있다. 별도의 윤리 서약서도 존재하는데 거기에는 의장단과 지역회의 대표는 어떠한 정치적 행동에도 참여할 수 없다고 적혀있다. 비단 이번뿐 아니라 예전부터도 평소 정치적 중립을 지나치게 확대해 강조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무늬만 청소년 참여, 아이들을 들러리 세우는 토크니즘 우려
이번 청소년위원 집단 사직 사태는 정부 내부에서 분열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별회의가 청소년들의 사회 참여와 정책과제 제안을 하는 기구이지만 운영주체가 정부에 속해 '청소년의 권익 대변을 위한 주체적 행동을 금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UN에는 청소년 참여 수준 지표가 존재한다. 5단계가 존재하는데 이중 1단계는 가장 안 좋은 경우로 "어른들이 의사 결정을 하고 청소년에게 지시한다"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청소년 사회참여 수준이 여기에 해당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청소년 참여기구를 만들어 놓고 청소년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며 아이들을 들러리 세우는 토크니즘(Tokenism)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지난 2020년 5월, 청소년분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청소년이 행복한 지역사회 지표' 조사 결과 청소년들이 각종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참여권리 보장' 영역의 만족도가 가장 낮게 나타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기자회견에 참가한 청소년위원들은 ▲ 청소년과 국민의 삶을 무참히 유린한 내란 수괴 윤석열 등을 현행범 체포하고 즉각 탄핵할 것 ▲ 정부와 국회는 전액 삭감된 청소년 정책참여·복지·활동 분야 예산을 조속히 복원할 것 ▲ 청소년특별회의를 비롯, 청소년참여기구 법적 지위와 행정적 안정성 강화 및 청소년이 정부의 정책결정 전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