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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광풍중학교 "전교생이 모두 청소년증 있어요"

청소년수련관과 광풍중학교, 천안시 청소년팀 협업의 결과

by 이영일

충남 천안시 풍세면에 위치한 아름다운 시골 학교인 광풍중학교.


이 학교 전교생 177명은 모두 청소년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은 학생증이 있기에 청소년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전교생이 모두 함께 청소년증을 발급받아 학생증을 대체하는 사례는 흔치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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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증은 2004년도부터 만 9세부터 18세까지의 청소년에게 발급하는 공적 신분증입니다. 혜택도 다양합니다. 학생이냐 아니냐의 구분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대부분 학생증을 이용하다보니 청소년증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의 증명서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높습니다.


태조산청소년수련관 윤여숭 관장이 광풍중학교 전교생 청소년증 처음 제안


광풍중학교 전교생이 모두 청소년증을 가지게 된 것은 천안시 태조산청소년수련관 윤여숭(46) 관장과의 인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이하 방과후아카데미)를 태조산청소년수련관이 천안시로부터 위탁 운영하면서부터입니다.


방과후아카데미는 방과후 학습지원, 전문체험 활동, 학습 프로그램, 생활지원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정책 지원사업인데 보통은 청소년수련시설(청소년수련관, 청소년문화의집 등)을 기반으로 이루어지죠. 이렇게 일명 ‘학교형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케이스입니다.


윤 관장이 전국 최초로 ‘학교형 방과후아카데미’를 구상한 것은 “청소년정책이 청소년들이 오기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착안했다고 말합니다. 방과후아카데미를 광풍중학교에서 진행하면서 다양한 청소년정책을 접하게 해 주고 싶었고 그중에 하나가 ‘청소년증’이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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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썼던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보고 “공감이 많이 갔다”는 윤 관장은 이렇게 좋은 혜택이 많은 청소년증을 광풍중학교 학생들에게 소개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지난 5월, 광풍중학교 교장 선생님께 이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관련 기사 : 2020년 5월 13일 오마이뉴스 기사, 학생증 없애고 청소년증으로 통일해야 하는 이유 : http://omn.kr/1nl3v)


학교의 깊은 애정, 천안시청의 적극적 지원이 만들어낸 ‘학생’의 ‘청소년증’ 활성화 사례


청소년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청소년 활성화를 위해 관심을 가져달라는 여성가족부의 공문을 이미 받은 바 있는 학교에서도 윤 관장의 제안을 받고 ‘더 유심히 청소년증의 혜택에 주목했다’고 말합니다.


박종우(53) 교감 선생님은 “학생증만으로는 타 지역에 갔을 때 교통편을 이용하거나 문화시설을 이용할 때 불편한 점이 존재했고 심지어 교사들이 학생들을 인솔해 극장을 갔을때도 학생증이 없다고 청소년임을 인정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며 마침 청소년수련관 윤 관장의 제안을 받고 청소년증이 그 대안으로 확실히 눈에 들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천안시청 교육청소년과 정경은 청소년팀장은 “태조산청소년수련관 윤여숭 관장님이 학생증보다 더 많은 청소년증의 혜택을 광풍중학교 학생들에게 접할 수 있도록 해 주자는 제안을 해 주셨고 광풍중학교 황영은 교장 선생님도 흔쾌히 동의해 주셔서 이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시청에서도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고 희망하는 학교가 있으면 적극 지원하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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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소년과 송재열 과장도 “청소년을 학교 안·학교 밖으로 나누는 것은 차별”이라고 설명하고 “청소년증 발급 확대를 위해 시청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고 강조했죠.


다만 천안시 관내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하긴 어렵다는 것이 청소년팀장의 입장입니다. 1건당 5,500원이 소요되는 부담이 있는데 이것이 전액 시비라서 우선 희망하는 학교가 있으면 추가로 지원하고 향후 여성가족부가 국비 지원을 해주면 어떨까 하는 희망도 있다고 전합니다.


학생증 대신 청소년증이 학교안, 학교밖 청소년의 차별을 없애는 방법임을 보여준 모범 사례


청소년수련관 윤 관장은 필자와의 통화에서 “광풍중학교는 농촌의 작은 사립학교인데 교육정책과 청소년정책이 어우러지는 곳”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단순히 본인의 제안 때문에 전교생이 청소년증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니라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교사들의 관심, 천안시청의 적극적 지원, 청소년수련관의 청소년복지에 대한 애착, 그리고 순수한 광풍중학교 청소년들의 호응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윤 관장의 강조점입니다.


청소년에게 좋은 제도를 만들어 놓고 청소년증이 가진 학교밖 청소년 낙인효과를 없애는데 노력하지 않고 있으나마나한 증서로 현상유지에만 급급해 온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증 정책과 달리, 현장 청소년지도자의 관심과 아이디어,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학교의 협업이 만들어 낸 이 작지만 훈훈한 소식이야말로 진정 청소년들의 복지와 건강한 성장을 돕기 위한 기가 막힌 콜라보(collaboration)가 아닐 수 없습니다.


광풍중학교에서 들려 온 이 청소년증의 작은 소식이 광풍(狂風)처럼 일어나 많은 학교에서 학생증 대신 청소년증을 사용하는 큰 바람이 일기를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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