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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식 대화 VS 고래식 대화_대화의 밀도_류재언변호사

라이프레코드_대화의 밀도_대화법_대화스킬_우리는 어떤 대화를 하고 있는가


<상어식 대화와 고래식 대화>


상어보다는 고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자신의 서식지에 들어온 먹잇감을 포착하고 공포스러운 몸짓으로 제압하여 퇴로를 차단한 채 커다란 이빨로 상대를 공격하는 상어의 포식자스런 삶보다는, 


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며 겉으로 부드러워 보이지만 자신만의 깊이와 충분한 내공을 지닌, 그래서 누구도 쉽게 얕잡아볼 수 없는 묵직한 존재감으로 다양한 이들과 어울리는 그런 고래 같은 삶을 동경해 왔다. 


대화에도 상어식 대화와 고래식 대화가 있다. 


상어식 대화는 초반부터 날카롭게 파고들어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고, 평소 별로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기와 다른 주장을 펼치는 먹잇감을 포착한 다음, 비교하고 핀잔을 주고 대놓고 공격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낸다. 


그렇게 상어식 대화를 하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포식자적 행태를 드러내는 사람을 때때로 만나곤 한다. 


고래식 대화법을 구사하는 사람은 이와 다르다. 자연스럽게 대화에 어울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호응하며 경청하는 와중에 필요할 때는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고래식 대화는 단단한 자존감과 절제된 에고(ego)가 전제되어 있기에, 이들은 상대를 위협하거나 무시하거나 비교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상대와 정서를 나눈다. 


상어식 대화법이 주는 강렬함을 부정할 수 없지만 나는 이런 발화의 행태는 대화가 아니라 생각한다. 그 순간 누구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아무런 정서적 교감도 없기 때문이다. 


상어식 대화를 주고받는 자리에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며 자기 욕구를 배설하는 가해자가 있고 그걸 고스란히 떠 안는 피해자가 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특히 술자리)에서 꼭 이런 류의 분위기로 대화를 몰아가는 사람이 있는데, 그때마다 나는 몹시 해로운 피로감을 느끼고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채 조용히 그 자리를 빠져나오곤 한다. 


반면, 고래식 대화법의 소유자와 만났을 때는 본능적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이들은 먼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자신의 존재도 꾸밈없이 드러낸다. 그들의 솔직함과 배려는 상대에게 전염된다. 


그들의 대화법에는 상대도 곧 방어기제를 누그러뜨리고 가면을 벗고 자기 안의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도록 이끄는 힘이 있다. 자연히 더 깊은 교감이 가능해진다. 


대화를 나누며 서로 더 가까워지고 서로 더 자유로워진다. 누구도 누구를 지배하지 않고, 누구도 타자가 되지 않는, 나를 지키면서도 상대를 인정하는 연결의 대화가 바로 고래식 대화법이다. 


고래는 공격적이지 않지만, 

아무도 고래를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


요즘 나의 대화는 어떤가? 

상어식 대화와 고래식 대화어디에 더 가까운가? 

내 가까운 사람들은 내게 어떤 대화로 다가오는가? 

나의 대화는 안녕한가?


류재언 변호사 신간, 대화의 밀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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