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분쟁 전문가 법무법인 율본 류재언변호사의 라인야후사태 분석
1.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합작법인 A홀딩스코퍼레이션(이하 A홀딩스)의 지분을 5:5로 보유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소프트뱅크가 50%로 대주주이고, 네이버와 42.25%, 네이버 JHUB가 각 7.75%를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A홀딩스는 다시 라인과 야후재팬 등을 서비스하는 LY코퍼레이션(이하 LYC)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2. 주식회사의 거버넌스 구조는 주주총회와 이사회 및 대표이사로 이루어진다. 이 중에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역시 주주총회이다. 주주총회에서 이사회의 구성원인 이사들의 선임과 해임을 결의하고,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의 선임과 해임을 결의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이사회와 대표이사는 주주총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3. 하지만 LYC의 모회사인 A홀딩스는 주주총회 구성이 정확히 5:5이기 때문에, 이 특수한 구조에서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가 갈음하게 된다.
4. LYC의 이사회는 4:3의 구조로 짜여있다. 여기서 구조적 취약점이 발생한다. 주주총회가 5:5인 구조에서는 일반적으로 이사회도 짝수로 가부동수로 설계가 된다.
5. 예컨대 이사회를 6인 또는 8인으로 구성해서, 3:3 또는 4:4의 동수로 등기이사를 선임하여 이사회를 구성하는게 일반적인데, LYC는 소프트뱅크가 네이버 보다 1인 더 많은 이사회를 구성하여 이사회를 장악했던 것이다. (사내이사는 2:2이나, 사외이사를 홀수로 3명 선임하여 과반이 확보된다)
6. 그렇다면 이제 저울은 사실상 기울어 졌다. 표면적으로는 5:5의 지분을 확보한 합작법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사회를 통해 소프트뱅크가 지배구조를 장악하고 있는 회사인 것이다.
7. 더구나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이사회 중 유일한 한국인 등기이사이자 라인서비스의 산파 역할을 했던 상징적 인물 신중호 CPO까지 사임처리 되면서, 이제 LYC의 이사회는 100% 일본인으로 구성되고, 이사회 의장도 야후재팬 CEO 출신인 켄타로 카와베가 확고부동하게 이사회를 주도하게 된다.
8. 일단 이사회가 장악되면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선임 및 해임을 할 수 있다. 현재 A홀딩스는 일본인 타케시 이데자가 단독대표이다.
9. 정리를 해보면, 주식회사의 거버넌스는 주주총회와 이사회, 그리고 대표이사로 구성된다. 현재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법인이자 라인과 야후의 서비스를 운영하는 LYC의 모회사인 'A홀딩스'는 지분구조는 5:5 이지만, 주주총회를 제외하고는 LYC의 이사회와 대표이사를 모두 소프트뱅크가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10. 이것이 현실이다. 2024년 5월 9일 소프트뱅크 CEO 미야카와 준이치의 실적 발표에서 " 이사회에는 소프트뱅크 측 인사가 1명 더 많아, 이미 우리가 컨트롤하고 있다"라고 한 것은 이런 팩트를 기반으로 자신있게 공개적 언급을 한 것으로 보인다.
11. 사실 이러한 가버넌스 전략은 다양한 국가에서 수도 없이 거버넌스 구조를 설계하고 회사를 운영해본 소프트뱅크에겐 어렵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12. 50%+1주의 지배 전략을 즐겨쓰는 손정희 회장이지만, 라인의 경우 네이버의 100%자회사로 시작했고 네이버가 서비스 개발권을 모두 가지고 있었기에 처음부터 50%+1주의 구조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나, 어떻게든 5:5의 주주총회 구조를 일단 만들어 두고나서 이사회라는 구조적 틈을 파고들어 지배구조를 장악시켜 두었던 것이다.
13. 이제 남은 마지막 퍼즐은 주주총회 장악이다. 소프트뱅크는 일본의 국민 서비스 라인과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라인야후의 지주사인 A홀딩스를 완전하게 장악할 구실을 오랜 시간동안 노려왔을 것이다. 그리고 작년 2023년 11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
14. 라인에서 개인정보 51만건이 유출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사실 이런 일은 미국, 유럽, 한국 등 각 국가별로 적지 않게 일어나는 사태이고, 이에 대해 피해자들의 소송과 법인 차원의 손해배상 책임 등이 수반되지만, 이번 사건의 특이점은 일본 총무성(우리나라로 '행안부'에 해당)의 공식적인 행정지도가 두차례 연이어 나온다는 것이다.
15.2024. 3. 5. 1차 행정지도와 2024. 4. 16. 2차 행정지도를 통해 일본 총무성은 '네이버와의 자본관계 및 경영체제 재검토 및 결과보고 요구'를 해온 것이다.
16. 사실 기업의 서비스 미비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서 해당 정부가 서비스 운영 법인과 해당 법인의 대표권을 가진 대표이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그 법인의 자본관계와 지배구조에 대한 검토를 하라고 행정지도로 압박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17. 예를 들면 삼성전자의 갤럭시 폰에 문제가 생겨 일부 소비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고, 우리 정부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외국인 주주 비율이 너무 높으니 이번 기회에 주주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이사회 구성도 재검토해서 보고하라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18. 이 부분이 최근 정치권에서까지 이번 사태에 관심을 가지고 유력 정치인들이 반일감정을 섞어 이 사태를 언급하는 주된 이유이다.
19. 하지만 냉정하게 비즈니스적으로 관찰해보면,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놓고, '여기서 우리 공평하게 게임을 하자'는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는 모순인 것이다.
20. 이미 소프트뱅크는 이사회와 대표이사를 장악하며 소위 '돈 되는 비즈니스'를 완벽하게 컨트롤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기 적절하게 소프트뱅크에게 너무나 좋은 먹잇감을 던져주었고, 여기에 일본 정부까지 힘을 실어주었다.
21. 이제는 남은 주식조차 지키지 못하게 되어버린 네이버의 상황과 그들의 전략적 나이브함이 글로벌 기업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뼈아파 보이고 실망스럽다.
22. 결정적인 장면을 복기 해보자면, 애초 네이버의 100% 자회사였던 라인은 어떻게든 일본에서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던 네이버가 키를 쥐고 끝까지 50%+ 1주를 확보했어야만 했다. (가장 뼈아픈 지점이다.)
23. 그리고 이사회는 과반을 확보하거나 적어도 동수로 가지고 가고, 대표이사는 공동대표 체제로 갔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렇게 내가 낳고 키운 자식을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빼았기는 구도가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24. 주주총회 이사회 대표이사로 완성되는 경영권과 지배구조는,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임팩트로 다가온다.
덧.
25. 소프트뱅크의 지난 5월 9일 주주총회 이후, 네이버는 다음 날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분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 다만 결론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상세한 사항을 공개할 수 없다.”고 성명을 냅니다.
26. 양사가 모두 공개적으로 지분 매각을 언급하고 있고 일본 정부가 압박을 하는 상황에서 결국 네이버는 A홀딩스의 지분의 일부를 매각을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27. 다만, 소프트뱅크가 이번 기회에 네이버가 보유한 A홀딩스의 지분 전체를 일시에 매수할 수 있을지, 기업가치만 약 3조엔에 달하는 상황에서 인수자금 확보 등의 문제로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수할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일부 지분은 전략적 차원에서 네이버가 계속 보유하고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28. 이제 네이버 입장에서 협상의 초점은 어떻게 지분을 잃지 않을 것인가가 아니어야 합니다. '남은 지분의 일부를 내어주는 대가로 어떻게 확실하고도 실질적인 반대급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입니다.
29. 지분매각에 대한 반대급부는 1차적으로 만족스러운 주식매각대금은 물론이고, 향후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서 네이버가 얻어내야만 하는 장기적이고 구체화된 비즈니스적 기회를 모두 포괄하는 의미여야 할 것입니다.
30. 오늘날 라인은 일본에서만 약 1억명, 글로벌 이용자 수 기준 2억명이 사용하는 글로벌 서비스입니다(MAU 기준). 이런 대단한 서비스를 만들어 두고 네이버가 주식매각대금만 확보하고 쫓겨난다면, 그것이 네이버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일 것입니다.
31. 한 편으로 보면 이번 사태는 법조인 출신의 대표가 이끄는 네이버의 전반적인 리스크매니지먼트 역량이 여실히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네이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진출 시 지배구조 전략의 원칙을 정립하고, 향후 이러한 뼈아픈 실기를 반복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32. 마지막으로 경영을 하는 입장에서는 지배구조, 그리고 단 한 주, 단 한 명의 등기이사가 향후 가지고 오는 나비효과가 어떤지를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케이스라 생각됩니다. 전쟁 같은 비즈니스 속에서도 창업자와 우리 회사를 지킬 수 있는 최적화된 가버넌스 구조를 이번 기회에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글/경영권분쟁 로펌 법무법인 율본 류재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