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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Oct 11. 2020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 한다면

내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던 것들에 대한 단상

없어져 봐야 소중함을 깨닫는 다는걸 머리로는 아는데,  일상을 살다 보면 이 당연한 사실을 자주 까먹고는 하지.


며칠전, 코로나-19 때문에, 각자 온라인에서, 그리고 1/3로 학교 등교 해서도 강당이 아닌 각자의 교실에서 모여서 예배 드리는 너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단다.


텅 빈 강당에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실내 집합 50인 이하라고 했지만, 그래도 1/3 등교 한 주에 한 번 쯤은 강당에 모여서 예배 드리게 해 주고 싶다.... (등교 한 3반이 다 모이면 50명을 약간 넘지만 말이야.)" 이었지.

온라인인 아닌 오프라인에서 같이 모여서 예배드리고 찬양하는걸 나도 그리워 하고 너희도 그리워 할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정신이 번쩍 들어서 지금 너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 지 생각 해 보았어.


이건, 요즘 내가 코로나 시기를 보내면서 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과 동일한데.

내가 매일 누리고 있던 것이 정말 내가 매일매일 "누려야 마땅한 자격이 있는"것을 확인해 보자는 것이지.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시절, 청년부 찬양팀 싱어를 했었거든.

중국은 공산 국가이기 때문에, 종교에 대한 제약이 많이 있었어.

외국인들은 중국인과 함께 예배 할 수 없고, 소모임도 할수 없었지.

외국인들끼리 예배 드리는 것도, 정해진 장소에서 등록된 곳에서만 할 수 있었어.

그 장소는 대부분 호텔 회의실이었는데, 많은 경우에, 우리는 호텔이나 중국 공안국의 요구 사항에 따라 예배 장소를 변경해야 한다던지, 예배 형식을 변경해야 한다던지 하는 상황에 순응 할 수 밖에 없었어.


매 주, 교회 사무실 창고에 옮겨 놓았던 음향 기기를 끌고 들고 밀고, 그렇게 예배를 드리는 회의실 까지 옮겼는데 (정말 힘들었단다.. 토요일 마다 그 많은 음향 기기들을 옮겨서 셋팅하고, 주일 예배 후 다시 정리해서 창고에 옮겨 놓고.. 그야말로 토요일 주일은 음향 장비 이동과 설치로 가득 채워져 있었지).


무대에 있는 모든 것이 매주 새로 셋팅 되었다는걸 믿을 수 있겠니?? ^^


그 날은, 호텔에서 음향 장비를 쓰지 못하게 하더라고.

옆에 있는 회의실에서 중요한 회의가 있는데 우리가 찬양하는 소리가 거슬린다는 이유였어.

싱어팀 악기팀 모두 마이크 없이, 자기 악기 없이 예배를 시작 했어.

그렇게, 일상적으로 드리던 예배와 많은 다른 형태의 예배를 드리기 시작 했는데,

찬양을 한 두 곡쯤 불렀을까.

음향을 맡은 찬양팀 오빠가 앞으로 뛰어 오더니, 이제 자유롭게 악기도 음향 기기도 사용 할 수 있대.

옆의 회의실 회의가 끝난건지, 아니면 생각 보다 안 시끄러운거 같아 허용한건지는 모르겠어.


어쨌든, 그렇게 갑자기 예배 중간에 무대로 올라가서 마이크를 잡았는데.

눈물만 줄줄 나서 찬양을 할 수 없더라고.

나만 그랬는 줄 알았는데

악기 팀도 울면서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고,

싱어 팀도 마이크만 붙들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고,

인도하시는 전도사님도 찬양은 하지 못하시고 기타만 치고 계셨어.


왜 이렇게 눈물이 났을까?

공산 국가에서 유학 생활 하면서,

예배로 모일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한 감사를 잊고 살다가

일상 처럼 너무 당연히 누리던 것을 누리지 못해 보니,

그게 얼마나 귀한 것인지 깨닫고 감사 했거든.



https://unsplash.com/@hudsonhintze


코로나가 막 심각해 지기 시작하던 올해 초,

자유롭게 함께 모이고 대화하고 떠들고 먹고 마시던 일상을 살아갈 수 없으니,

많이 화도 나고 우울해 지더라고.

매일 하루하루 내 삶속에 있던, 매일 하루하루 그렇게 누리던 것들이,

내 것이라, 내가 마땅히 누려야 하는 것이라 생각 되니......

그것이 없어졌을 때, 너무나 화가 나더라.

코로나 때문에 "빼았긴 일상"이라고 생각 했기 때문이지.


근데, 그동안 “일상”이라고 누리고 있던 그것이.

나에게 “덤”으로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 해 보면 어떨까?

그러면 “빼았긴” 오늘에 분노하기 보다,

“덤”으로 주어졌던 과거에 감사하고,

“덤”으로 주어질 미래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 내 곁에 남은 감사한 것들”이 뭔지 찾아오기 숙제에서 “가족, 친구”를 잊지 않는 너희들이 참 예쁘더라...^^


아직은 끝나지 않은, 또 언제 끝날지 그 끝을 모르는 코로나 팬더믹 상황에서도

아직 우리 곁에 남아있는 덤으로 주어진 것들로 행복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어.


아직 우리 곁에는

너무나도 소중한 것들이

많이 남아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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