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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May 04. 2021

#운동장

J.J

운동장에 대한 기억을 되돌아보면...

초등학교 때 장거리 경주를 하던 더운 날이 기억나...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이 모여 뛰던 친구들은 서로 각자 다른 속도에 점점 멀리멀리 떨어져서, 혼자만의 경주를 했었지.

정말 빨리 들어간 친구와 제일 늦었던 친구는 거의 1 바퀴가 차이 났었는데

지금은 가장 빨리 들어온 친구가 누구였었는지, 제일 늦었던 친구가 누구였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혼자서 남은 경주를 마쳐야 했던 그 친구는 얼마나 힘들고 그 길이 멀게만 느껴졌을까?

그래도 기억나는 건, 아무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장거리 경주를 다 마쳤던 거야....


흙모래 휘날리던 운동장이 아니라, 요즘처럼 푹신한 고무가 깔린 운동장이었다면, 달리기를 조금이나마 좋아 했을까?    (Photo by Fred Rivett on Unsplash)


운동장과 보건실이 매우 가까이 있어서

(운동장이라기보다는, 나무가 심겨 있는 백 야드이지만..)

초등학생들이 나와 노는 시간이면 와글와글 떠들며 노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창문 밖을 바라보게 되더라.


정말 별거 없는 운동장인데,

겨우 철봉 세 개 구름사다리 한 개 있는데...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 중, 운동장에 나가 노는 시간이 제일 즐겁다고 하더라고.


한 손으로 턱걸이를 할 수 있을 만큼 (몸이 가벼운 건지, 근육이 많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철봉을 하느라 작은 두 손 가득 물집이 생겨서 보건실 오는 너희들이 참 대단하고 기특하다 느낄 때가 많았어.


운동장 한편에 있는 모래를 퍼다가 다른 한쪽에 쌓아 올리면서

"학교만큼 큰 산을 만들 거예요"라는 너희들의 그 귀엽고 당당한 목표에

나도 모르게 너희들과 같이 모래를 파고 있었지...^^



한 반에 여학생이 많지 않아서일까...

점심 뒤에 항상 너희 여섯 명이 쪼르르 같이 나와서 빨래처럼 구름사다리 위에 널려져 있는 걸 보고 뭐하냐 물었더니 광합성하는 중이라고.....^^

역시 에너지 넘치는 꼬맹이 초등들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구름사다리를 사용 중인 고딩이지만

너희도 초등만큼 귀엽긴 매한가지...




함께 웃고 떠들며, 햇빛을 쬐고 대화하던 친구들이,

학교만큼 크게 쌓지는 못했지만, 어제 보다 높이 쌓아 올려 뿌듯한 성취감을 느꼈던 그 순간이,

물집이 터지는 고통을 참아가며 철봉과 구름사다리에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며 느끼던 기쁨이,

너희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어른이 되어,

"운동장"을 떠올렸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즐거운 기억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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