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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Feb 05. 2022

너희들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오늘도 난 내 뒤통수를 때려야 했지. 

학교에 있다 보면,

가끔, 아니 자주......

너희들의 깊은 마음 씀씀이에 깜짝 놀랄 때가 있어.

그런 너희의 깊은 마음과 마주칠 때마다, 드러나는 너희의 단편적인 행동만 보고 너희를 판단한 나의 뒤통수를 호되게 때려주고 싶곤 해....


중고등 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친 나로서는, 평범한 중고등 학생의 이미지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게 전부 다였지. 

부모님께 반항하고, 선생님을 싫어하고, 또래 친구들만 좋아하는???

그래서 어쩌면, 처음 너희를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 겁먹었는지도 몰라.

그리고 그렇게 막연하게 구축해온 이미지들이 너희의 첫인상에 영향을 미쳤을지도.

물론, 영화나 드라마가 전부가 아님을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뭐 평범한 10대들을 많이 만나 봤어야 말이지...


코로나 2년째인 이번 학기까지 와서도 매일매일 해야 하는 아침 자가 설문을 종종 (솔직히 종종 보다 더 자주..ㅎㅎ) 빠뜨리는 너희를 보면서, 매일 성실하게 무엇인가를 해 내는 것을 가르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하다가, 너희는 이걸 너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 

그리고 아침마다 정문에서 발열체크를 하면서 너희에게 인사를 건네도 무뚝뚝하게 눈인사만 하고 휙 가버리는 몇몇이 있는데.

'나랑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는가 보다' 또는 '어른을 귀찮아하는 10대이니까'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지.


근데 어느 날 아침 아침 조회 시간 끝나고 였던 거 같은데, 

그 전날도 자가 설문을 까먹은 네가 나를 찾아와 이걸 쓱 내밀더라고.

빈츠와 칙촉이라니! 내 취향은 어찌 알고!! ㅎㅎ

자가 설문을 자주 까먹고, 반갑게 인사해도 무뚝뚝하게 가버리던 너였기에.. 

나는 이게 당연히 반별로 자가 설문 안 했을 때 하기로 정한 벌칙이어서 벌칙 수행 중인 줄 알았지...

그래서 내가

"00 반은 벌칙이 이거구나?" 했더니

"아니요, 그냥 제가 가져온 건데요"라고 하더라고.


나. 진짜 진짜 깜짝 놀랐어.

아마 2021년 FW 학기 너희들과의 관계에서 제일 깜짝 놀란 순간일지도 몰라. 

나의 깜짝 놀란 감정이 너에게도 전해졌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너무 놀라서, 내가 제대로 고맙다고 인사를 했는지 기억도 안나. 


나는 네가 정말 대수롭지 않게 신경도 안 쓰는 줄 알았거든?

근데... 네가 자가 설문을 자주 까먹고 제출 안 하는 게 내 아침을 더 바쁘게 만든다는 사실을 미안해하고 있었을 줄이야..... 진짜 상상도 못 했어.

심지어, 미안한 마음에 손 편지 (편지라기엔 메모지에 쓴 '죄송해요'가 다이지만, 편지라고 하자)와 과자를 준비해 오다니.


이번에도..

무뚝뚝한 너의 말투와 표정으로 너의 생각을 지레짐작해 버린 내 뒤통수를 때려주고 싶더라.


Photo by Brett Jordan on Unsplash


매일매일,

너희의 작은 행동들 뒤에 감추어져 있는,

너희들의 그 깊은 마음을 조금씩 더 알아가고 싶어. 

너희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고, 사랑하고 싶어. 


그래서, 선생님들 또는 어른들을 향해 열려 있는 그 예쁘고 소중한 마음에, 적절하게 반응해 주며. 

어려울 때 와서 울고, 기쁠 때 와서 신나게 한바탕 떠들다 갈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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