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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을 Dec 12. 2020

업(業)으로 글을 쓴다는 것

업(業)으로 글을 쓴다는 것

내가 쓴 글에 댓글을 달아 주신 어느 소중한 분이 나를 '작가'라고 표현해 주었을 때 꽤나 놀랐다. 교과서에 실린 글이나 베스트셀러를 쓴 분들을 작가라고 여겨온 터에 언감생심 작가라니, 믿을 수 없을뿐더러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솔직히 나는 작가가 아니다. 작가가 될 수 없다. 더욱이 업(業)으로 작가를 하시는 분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작가는 적어도 직업이 글로 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작가가 아니다.

올해 9월부터 브런치에 다시 글을 써서 올린 후 일주일에 적어도 서너 편씩은 올렸는데 한 달이 넘도록 단 한편도 올리지 못했다. 원인은 바로 나의 일 즉 업(業)때문이다. 글쓰기가 아닌 내 직업의 문제로 글을 쓰지 못했으니 나는 글 쓰는 일이 내 업(業)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작가라 불릴 수 없다.

어떻게 매일 글 한편씩을 써서 올릴 수 있을까?

늦은 감이 있지만 꾸준함이 내 삶의 명제가 된 이후 어떠한 목표가 든 간에 꾸준함이 그 달성 기준이 되었다. 비록 수행 성과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내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삶에 긴장과 변화를 주고자 매일 글쓰기를 목표로 한 것이 두어 달이 지나고 이틀에 한편 정도 진행하다가 기어코 내 본업에 치어 현재는 멈춤에 있는 상태다.

멈추어진 상황이 글쓰기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만약 나의 본업이 글을 써야만 먹고사는 것이었다면 과연 글쓰기를 멈출 수 있었을까? 아마도 식욕이라는 생리적 욕구를 채울 수만 있다면 하루에 몇 편의 글이라도 썼을 것이다. 기본적인 절박함은 생리적 욕구에 기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나의 절실함은 글쓰기에 있지 않았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그렇다면 나의 글쓰기는 사치나 오만일까?

만일 내가 경제적인 목적으로 글을 쓴다면 이는 오만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글쓰기는 오만이고 자만이다. 어느 평범한 직장인이 틈틈이 글쓰기로 베트스셀러를 출간하여 대박 났다는 내용은 글 좀 쓴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경의 대상일 것이다. 나도 그 정도 생각은 해봤기 때문에 오만이고 자만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렇게 쓰는 글은 진실성이 떨어지고 더불어 지속되지 못하는 것이리라.

벼르고 별러 수개월에 걸쳐 근근이 해내던 그 무엇이 단 하루 멈추었을 때의 그 해방감과 편안함으로 인해 모든 죄책감을 일거에 해소된 그런 느낌을 한동안 유지해왔다. 솔직히 글쓰기 해방시대 같은 느낌이었다. 그것은 나의 글쓰기가 이제 시작이라는 걸음마도 떼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절실히 인정한다.

대설이 훌쩍 지난 햇살 따사로운 12월의 주말 오후 사무실에 앉아 지난 하반기를 뒤돌아본다. 글쓰기를 지속하지 못한 수많은 이유를 댈 수도 있을 만큼 바쁜 날들이었지만 이 또한 변명임을 지금 알고 있다. 완성되지 못한 것들은 언제나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를 갖고 있다. 그것도 매우 합리적인.

나는 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다고 나의 글쓰기가 취미는 더더욱 아니다. 나는 다만 진정한 작가를 꿈꾸는 글 쓰는 사람일 뿐이다.  

사람으로서 글쓰기는 숭고한 그 무엇이다. 따라서 업으로 글 쓰는 작가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아울러 이곳 브런치에서 매일매일 써서 올리는 그 위대한 여정을 진심으로 치하하고 존경한다.

글쓰기에 겸허하자! 나는 작가가 아니다. 이제 멈춤을 멈추고 다시 시작해보길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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