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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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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il Aug 27. 2020

Sing Street 마지막 장면에서

2019.12.02 아일랜드 마지막 날

 밥을 든든히 챙겨 먹고, 싱스트릿의 마지막 장면을 찍은 촬영지를 찾았다. 싱스트릿을 보고 아일랜드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기 때문에 싱스트릿의 발자취를 찾는 것은 여행의 핵심 포인트였다.

 가는 길에도, 도착한 곳에도 사람이 없었다. 운좋게 혼자 이 장소를 독점하게 되었다. 혹시 몰라 챙겨 온 블루투스 스피커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영화의 OST를 틀어 놓고, 넋 놓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Drive it like you stole it, Up, Go now였다. 나는 성덕이었다. 영화 촬영지에서 영화 OST를 틀어놓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니. 혼자서도 잘 노는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혼자 노는 방법도 나날이 발전 중이다.

 스웨덴 교환학생 생활 이후로, '혼자'의 묘미를 알아버렸다. 남들과 보내는 시간만큼 혼자 보내는 시간도 너무 소중해졌다. 내가 주기적으로 혼자 밥 먹는 시간, 혼자 여행하는 시간을 가졌을 때,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친구, 가족과 있으면 시선이 바깥을 향한다. 그런데 나 홀로 있으면 시선이 내게 집중될 때가 많다. 그리고 때때로 바깥으로 향하는 시선마저도, 나를 향한 시선이 된다. 다른 사람들의 모습, 외부의 경치에서 내 모습이 겹쳐 보인다. 내게 집중할수록, 외부와의 접점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시간들 덕분에 삶이 풍성해지고, 또 다른 관계들도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챙겼다. 27번의 소중한 순간을 선별해서, 그때마다 필름 카메라를 꺼냈다. 이제는 몇 장 남지 않은 필름 카메라로 이 곳에서의 순간을 찰칵, 찰칵, 2번 기록했다. 저 멀리 작은 성이 보이는 바다가 보였다.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을 텐데, 바다가 사이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꽤 아득하게 느껴졌다. 싱스트릿 영화 마지막에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은 이 바닷가에서 배를 타고 탈출을 감행한다. 멀리 있어서 가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곳, 미래를 향해 용기를 낸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노래에도 있지만, 청춘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영화, 드라마를 좋아하는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필름카메라로 찍은 모습

 점점 하고 싶은 일들을 '나중'으로 미루는 경우가 많아진다. 하지만 사실 당장 지금부터 할 수 있는 것들도 많고, 막상 하고 나면 꽤 쉬웠던 것들도 많다. 하기도 전에 지레짐작하여 겁을 먹고, 나중으로 미루게 되는 것은 내가 점점 어른이 되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영화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기도 하고, 낭만을 느끼기도 하고, 자극을 받기도 한다. 지나고 보니, 이때의 여행을 미루지 않고 다녀와서 참 다행이었다. 비행기 표를 구매하기 전까지, 지금 내 상황에 가도 되는 걸까 한참을 고민했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마지막이 된 이때의 해외여행은 여러모로 다녀오길 잘했던 여행이었다.


  글을 적다보니 새삼스레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노래 제목 'Go now'에서 'now'이 유달리 강조되어 느껴진다. 현재,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때, 이 노래와 영화, 그리고 이때의 순간을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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