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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CAR Mar 09. 2020

모빌리티 혁신이 가능한 나라로 가는 길은?

플랫폼택시, 여객운수법 개정안에 대한 생각

지난 6일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플랫폼 운송사업이 제도화되었습니다.  이제 모빌리티 플래폼 사업을 하려는 모든 사업자는 유형별로 동일한 규제를 받게 되었는데요.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던 타다 베이직이라는 서비스가 조만간 종료될거라는 뉴스와 함께 많은 분들이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미래는 어둡다, 혁신은 없을 거라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때보다 플랫폼 운송사업 제도를 지금부터 잘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 부분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모빌리티 혁신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려면 플랫폼운송사업 제도는 어떻게 설계, 운영되어야 할까요?  


첫째, 공정한 시장진입이 가능해야 합니다.    

신생 스타트업부터 중견기업, 대기업까지 자본의 크기와 상관없이 시장 진입이 가능하고 기존 거대 플랫폼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작부터 대기업/중견기업, 또는 그들의 자회사만 참여할 수 있다면 그건 공정하지 못하겠죠.


둘째, 특정 업체들에게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권한을 주거나, 이를 초래하거나 방관하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인허가를 받을 수 있는 업체의 수가 사실상 제한되어 있다면, 만약 리베이트 같이 보이지 않는 금전적 거래나 행위를 통해서 다른 업체의 인허가 요건 달성을 막는게 가능하다면, 혁신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일까요?


셋째, 사업의 성패는 고객의 선택으로 결정되어야 합니다.

많은 서비스들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결국 살아남는 소수는 고객의 선택을 받는 몇가지의 서비스에 불과할 것입니다.  따라서 시장진입을 어렵게 만들게 아니라, 여러 업체가 서로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여객운수법 개정안에서 제시하는 플랫폼 운송사업, 플랫폼가맹사업에서 생길 수 있는 이슈들에 대해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각 플랫폼 사업자마다 자신의 호출만 독점적으로 받는 기사풀을 보유하는 1:1 매칭구조가 바람직할까요?

물론 타다는 그런 구조입니다.  타다 기사는 다른 플랫폼의 호출을 받지 못하게 되어 있죠.  그렇기 때문에 강제배차를 할 수 있었고, 운행의 많은 요소들을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총량관리가 필요하고 여러 사업자들이 참여하게 될 플랫폼 운송사업에서는, 그런 독점적인 소속구조가 바람직 할까요?  플랫폼사업자마다 본인의 호출만 받는 차량 및 기사를 보유하고자 한다면, 사업자 수만큼 면허총량을 나누거나 늘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한정적인 총량을 어떤 기준으로 어떤 비율로 나눌지 대한 논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요.  어떻게 배분을 해도 공정성, 특혜 논란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TNC(Transportation Network License) 제도를 운영하는 다른 나라들을 봐도 기사들이 특정 서비스에 독점적으로 소속되어 호출받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기사들은 Uber, Lyft를 동시에 활용해서 영업을 하고, 싱가포르에서도 Grab 기사들은 Grab을 포함한 여러 플랫폼 사업자 서비스의 호출을 동시에 받습니다.  심지어 싱가포르의 공정위에 해당하는 CCCS(The Competition and Consumer Commission of Singapore)에서는 기사가 Grab에게만 독점적으로 호출받지 못하도록 non-exclusivity 조항을 요구했고, Grab은 이런 요구에 맞춰 독점조항 없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반면 플랫폼면허를 보유한 운전자들이 복수의 플랫폼에 가입하고 복수 플랫폼 호출을 받을 수 있다면, 한정된 플랫폼 운송사업 총량을 여러 플랫폼사업자들이 공유하는 공유경제의 형태로 플랫폼 운송면허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는 플랫폼 운송사업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서울에서 고급택시 면허를 보유하신 기사님들은 현재 1개의 플랫폼 기업에서만 모든 호출을 받아야만 합니다.  카카오블랙, 우버블랙, 타다프리미엄, 리모블랙 중에서 말이죠.  고급택시 면허 보유자는 500명 이내로 한정되어 있고 차량과 기사님의 퀄리티가 비슷한데, 한정된 면허를 공유하지 않고 각각 독점적으로 특정 플랫폼에만 소속되도록 유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런 정책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기업은 누구일까요?



다음 글에서는 플랫폼 가맹사업에서 생길 수 있는 이슈들과 해결방안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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