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한 것을 서로에게 말하고 싶을 때마다
고백하건대, 우리 커플은 어제 또 다퉜다.
2년 정도 만나오면서, 직접 대면해서 다툰 일은 아직까지 한 번도 없지만 전화통화로는 크게 다툴 때가 좀 있었기 때문에 어제도 꽤나 골치가 아팠다.
사소한 것으로 내가 또 서운해했는데 -
평소에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인데 그날따라 유독 그게 그렇게도 서운했다.
그래서 얘기했는데 오빠는 그게 그렇게나 잘못한 거냐고 서운해하는 일련의 연속과정이었다.
내가 돌이켜 생각해봐도 나는 좀 유치했고 속이 좁았고, 오빠도 이해의 그릇이 넓지 못했다.
화부터 냈다.
그래서 우리는 한참 다툼 후 우리 대화 중에 오빠가 아이디어를 얻어, 서로에게 서운한 감정이 생길 때 교환일기를 쓰기로 했다.
한 주마다 돌아가면서 쓰고 돌려주는 방식으로 하기로 했는데, 첫 시작은 내가 하기로 했다.
나는 첫 페이지에 미안한 마음과 서운했던 마음, 앞으로 잘할게 등의 이야기를 구구절절하게 적었다.
맨 아래엔 일기를 쓴 날짜도 적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데 우리는 아직 부부는 아니지만 어쩐지 우리의 싸움도 항상 칼로 물 베는 격 같다.
안 볼 것처럼 하면서도 우리는 항상 서로를 버리지 않는다.
그 일기를 누군가에게 보여줄 순 없겠지만 -
나중에 공개해도 될만한 페이지가 생긴다면 또 글을 적어보려 한다.
말보다 글쓰기를 좀 더 편하게 생각하는 나를 위해 오빠가 낸 작은 아이디어가 참 좋았다.
앞으로 서운한 것은 오빠한테 바로바로 얘기하기보단, 설렘 가득이었던 우리의 첫 시작을 생각도 해보고 -
이 사람이 내 옆에 있음으로 인해 감사한 것들도 생각해보고 교환일기에 마음도 적다보면 분명 싸울 일이 줄어들 것만 같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지만 어쩐지 이 사람이 내 남편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 강하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