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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영진 Jul 31. 2020

강철비2: 정상회담

한국판 본격 잠수함 무비

잠수함 영화들 중에는 유독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다. 잠수함 영화치고 재미없는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존 맥티어넌의 <붉은 10월> (1990), 토니 스콧의 <크림슨 타이드> (1995), 캐설린 비글로의 <K-19 위도우 메이커> (2002) 등이 흥행과 작품성 모두 만족시킨 잠수함 영화들이다. 그러고 보면 잠수함 영화들은 명감독들에 의해 탄생된 경우가 많다. 난이도 때문인지 어느 정도 연출력에 자신 있는 감독들만 만드는 걸 수도 있겠다. 밀폐된 공간 속에서 선원들의 갈등도 중요한 재미 요소이지만, 무엇보다 심해 속 전투신이 묘미이다. 물의 저항으로 천천히 움직일 수밖에 없는 늘어진 시간 속에서의 전투는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핵잠수함 내 남/북/미 대통령과 쿠데타 세력


<강철비2: 정상회담>(이하 <강철비2>)은 오랜만에 나온 본격 한국판 잠수함 영화이다. 역시 잠수함 영화답게 재미는 확실히 보장한다. 이전 국내 잠수함 영화로는 정우성 배우가 또한 주연을 맡았던 <유령> (1999)이 있다. 러시아로부터 확보한 핵잠수함 ‘유령’은 한국이 핵 군력을 보유하는 것을 반대하는 주변 열강들 때문에 사형수들로 선원들이 구성된다는 설정인데, 자신의 상관을 살해한 해군 장교 이찬석(정우성)도 사형수가 되어 ‘유령’에 합류하게 된다.  11년이 지나 발표된 <강철비2>에서 정우성은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제’가 되어 북한의 핵잠수함 ‘백두호’에 감금된다. 두 영화 모두 전투 대상은 일본 잠수함이다.


위에 언급된 영화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 모두 전략핵잠수함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핵잠수함은 핵원료를 사용하는 ‘핵추진 잠수함’과 핵공격을 할 수 있는 ‘전략핵 잠수함’의 개념이 혼돈되어 있다. 미국식으로는 킬러 (killer)와 부머 (boomer)로 구분되기도 한다. 킬러는 흔히 생각하는 수중 전투 머신이라면, 부머는 핵전쟁 시 최후의 공격을 위한 무기이다. 부머는 전 세계에 몇 대 있지도 않고, 평소에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다. 다만, 핵공격이 있을 경우 상대방을 확실히 멸망시키겠다는 최후의 위협용 장치일 뿐이다. <크림슨 타이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미합중국 대통령,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전략핵잠수함 함장이다.”  


잠수함 영화의 또 다른 공통점은 주요 열강들의 정치적 갈등을 다룬다는 점이다.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한 나라들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5개 국뿐이다. <강철비2>는 북한이 6번째 핵잠수함 보유국이라는 상상을 기반으로 한다. 이 핵잠수함에 남/북/미 3개국 정상이 인질로 잡힌다. 그런데 이 셋의 면모가 참으로 흥미롭다. 미국 대통령 스무트 (앵거스 맥페이든)는 트럼프 대통령을 좀 더 희화했다면,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사(유연석)는 날씬하고 영어도 잘하며,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제(정우성)은 리더십과 책임감이 강할 뿐 아니라 젊고 잘생긴 완벽한 대통령이다. 


날씬한 엘리트 북한 최고 지도자


잠수함에서 함장의 리더십은 절대적이다. 함장의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만 이 커다란 살인 무기가 안전하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강철비2> 속 잠수함 상황은 서로 다른 세력의 대립이다. 쿠데타 세력과 현 북한 지도자를 옹호하는 세력, 그리고 이들을 설득하는 자유 세계 지도자들 사이에서 선원들은 혼란에 빠진다.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제는 이러한 갈등을 희생정신과 리더십으로 해결하는데, 과연 이런 리더십이 세상에 존재할까 싶다. 대한민국은 만성적인 전쟁 위협과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이를 위한 탁월한 리더십을 기대하지만 언제나 실망이 더 클 뿐이다.  이 영화 에필로그는 그 답이 리더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다소 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그 메시지가 뻔한 것은 이미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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