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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영진 Aug 31. 2020

<인셉션>

<테넷>을 준비하며

'돔과 맬, 코브 부부' 사랑하는 이들이 수십년의 시간 동안 같은 꿈을 꾼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에 대한 궁금증을 도저히 참지 못하고 마스크를 쓰고 극장 관람을 했다. 역시 악명대로 난이도가 상당하다. 공대생 출신답게 이 영화를 물리학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테넷>은 일단 좀 더 연구해 보고 다음번에 제대로 리뷰해야겠다. 


일단 예습 차원에서 <인셉션>을 먼저 리뷰해 보자. 놀란 감독은 <테넷>을 <인셉션>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스파이 영화라고 했다. <인셉션>은 꿈속에서의 두뇌 속도가 20배로 빨라지기 때문에 꿈속의 시간은 현실 시간의 20배라는 상상에서 시작한다. 만약 꿈속에서 또 꿈을 꾸게 된다면 다시 그의 시간은 400배 천천히 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몇 단계만 꿈속의 꿈으로 들어가게 되면 어느 순간 영원에 가까운 시간 속에 갇히게 된다. 또 하나 꿈속의 꿈으로 들어갈수록 그들은 더 무의식에 가깝게 접근한다. 무의식 속에 남겨진 생각은 실제 세상에서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 유명한 호텔 전투


놀란 감독은 이러한 설정을 영화 줄거리뿐 아니라 형식에도 적용하여 실제 관객들의 무의식을 조정하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위해 놀란 감독이 사용한 도구는 ‘음악’이다. 이 영화 속에서 꿈을 깰 때 사용하는 신호로서 에디뜨 피아프의 노래 ‘Non, Je Ne Regrette Rien’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가 사용되고, 이 음악은 영화 속에서 매우 중요하게 쓰인다. 그런데 정작 이 노래는 공식 OST에 담겨 있지 않다. 대신 음악 감독 한스 짐머는 이 노래를 길게 늘어뜨려 <인셉션>의 스코어로 사용했다. 영화의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에디뜨 피아프의 목소리까지 길게 늘어진 채 노골적으로 이제 꿈을 깨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알려준다.


전기 영화 <La Vie en rose>에서 가수 에디뜨 피아프 역을 맡기도 한 마리옹 꼬띠아르는 

에디뜨 피아프는 ‘Non, Je Ne Regrette Rien’ 노래에서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좋았던 나빴던 기억도 과거일 뿐이고, 그 모든 것을 비우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한다. 우리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후회한다. 때론 과거로 돌아가길 기원하고, 그때 다르게 행동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를 상상하곤 한다. 이 모든 상상은 결국 꿈일 뿐이다. 깨어나면 현실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과거를 벗어던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다. 꿈속에 얽매여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렇게 완벽하게 영화와 잘 어울리는 주제가가 있을까 싶다. 물론 가사를 몰라도 기상곡으로 최고의 음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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