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속먼지 Feb 28. 2020

저는 잘 지내요. 딸, 아내, 며느리 모두로서

99번 행복하다가도 1번 서운할때의 그 1번을 모아 적어둬서 그래요.

제 사는게 바빠, 그리고 한때의 감정을 폭풍처럼 적어두고는 저는 가슴이 한결 가벼워져 들어올 일이 없었습니다. 그사이 많은 분들이 댓글을 남겨주셨고, 보지는 못했지만 차단이 된 댓글까지 있는 것을 보면 글을 읽고 불편하신 분들도 그만큼 많이 있으셨던것이겠죠.


현실에서는 누구나 각자의 사정으로 힘들기도 할 것이고 기쁘기도 할 것인데, 아주 친하면 일일이 이런말 하지 않아도 위로가 되니 사소한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고, 또 친하지 않으면 더욱 이런 시시콜콜한 감정을 이야기하지 않으니 사이버 공간에서 제 생각을 정리할 겸 글을 써보았습니다. 누군가 시간을 들여 읽고 공감하고 재미있게 봐주신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소중한 시간을 들여 제 글을 읽으신 후 냉소적이고 나쁜 감정이 생기시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너그러이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다섯 명이 모인 자리에서 어느 사소한 일이 일어나도 그 다섯명 각자가 느끼는 점이나 인상 깊은 점은 다를거예요. 그리고 그 각 사람이 기억하는 바 또한 그날의 기분과 감정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고, 더 강하거나 약해질 수 있듯이 저도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글을 쓸 때는 평상시 제 기분 대비 서운함이 많이 느껴질 때, 슬플 때, 억울할 때, 이런 경우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평상시에는 전혀 잊고있었던 어떤 작은 한 마디나 문장까지도 더 생각나고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말이라는 것은 참 무서운 것이, 분명 가볍게 지나가며 한 말이고, 그 자리에서 “지금 뭐라고 했어!”하면 말실수였다고 미안하다고 했을법한 이야기들도 글로 적어서 ‘저 사람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기록한다면 무게가 한층 더 무겁게 전달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 나이가 들수록 더 말수가 적어지는 것 아닐까요? (또는 그것이 이상적인 나이드는 것이라던가요.)


-


여러 댓글에서 말씀하신것처럼 시어머니의 가벼운 말을 확대해서 받아들이고 있지 않냐는 말에 저도 동의해요. 어머님은 가볍게 하신 말씀이시고, 악의가 없으실테고, 그래서 사실 저의 일상에서 그런 말들이 마음에 24시간 남아있고 가슴이 아프지도 않을정도러 사소하기도 하죠. 그러니 사실 저도 시댁과 잘 지내는 며느리이고, 사랑받는 아내인데, 꼭 서운한 일들만 적어두었더니 왜 그렇게 사냐고들 많이 이야기해주셨네요. 저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다만 가끔의 서운함을 토로하는 장소가 여기, 브런치이다보니 그만 시대의 불운한 며느리가 된 것 같아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시댁과 남편을 위한 변명을 조금 해주어야하나 싶기도 하여 적어보았어요.


-


가벼운 유행병 정도로 넘어갈줄 알았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하여 친정 아버지 환갑 여행은 취소되고, 남편은 바빠지고, 저는 전사 재택근무로 인하여 집에서만 있는 요즘, 다들 얼마나 고생이 많으실지, 또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려는 저마저 이렇게 우울해지는데 다들 소비심리도, 감정도 얼마나 위축되어계실지 가늠이 가지 않고 안타깝습니다.


우리가 하는 것은 또 서로 조금 더 응원해주고 따뜻한 말을 해주는 것이겠죠. 모두 힘 내요 우리.

작가의 이전글 올해는 말하리라. 그 귀한 장남에게 강남집을 물려주셔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