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으로 옷을 파는 중이다,
여기서 당근은 먹는 당근이 아니라 어플의 이름이다.
건조기의 효능인지 내 몸의 자람인지
이제 100사이즈의 옷들은 옷장 안에서 나올 줄 모른다.
4년째 아이들을 돌보면서 무조건 검은색,
회색도 아니되고 어두운 색도 아닌 검은색이어야 한다.
아랫도리는 앉았다 섰다 불편함이 없어야 하고
웃도리는 품이 낙낙해야 한다.
결국 살아남은 건,
축구용 유니폼 및 츄리닝과 바람막이들.
신발도 슬리퍼만 유독 닳았다.
여튼 총각때부터 입던,
내가 좋아하는 류의 옷들을 팔자니
어우야, 내 청춘을 팔아치우는 느낌이다.
브랜드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많은데
내가 아끼는 옷들은 놔두고
다들 브랜드만 속속 빼간다.
그래서 아파트도 브랜드로 가는갑다.
이거 팔아서 누구 입에 부칠까,
추석인데 팔지 말고 필요한 이웃들 있으면
드려도 될 것들인데, 하고 생각한다.
우리 엄마는 아마도 그랬을 터인데,
누구의 선물이었고 마음이었고 한 녀석들을
깨끗하게 세탁해서 말리고 털고 다림질하면서
생각해낸다.
옷이란 게 대면을 염두에 두고 입는 것인데
지금 비대면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옷이란 무슨 의미인가,
벗고 돌아다닐 수 없으니 입긴 입는 것인데
이게 과연 필요한 일인가.
몇 번을 당근을 이용해 사고 팔고를 해보니
마음 또한 사고 팔고 하는 중에 ‘오고 간다’
어제 분리수거장에 내놓은 정갈한 책들도
그런 중에 다친 사람들이(혹은 귀찮아서)
내놓은 마음들 아닌가 싶다.
검은 색 천을 사다가 가위로 잘라
스탬프로 팍팍 찍어 걸치고 싶다.
입는 게 아니라 걸치는 맛으로,
입던 걸 누구한테 팔기도 주기도 못하게 만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