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anticExperience #CreativeTool #재밌다
신상이 나왔다. 구글이 최근 내놓은 프로덕트인 'Talk-to-Books'. 수많은 책에게 자연어로 편하게 원하는 질문을 하면 빠른, 때로는 창의적인 답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든 툴이다. 처음 봤다면 지금 당장 시도해보길 권한다. 당장! [링크] - 글에 링크를 넣는 것은 글의 맥락을 끊어서 꺼려지지만 바로 해봐야 하기 때문에 넣었다 -
그래서 가지고 놀아보았다. 봇(bot)과 장난치는 게 익숙해진 여느 장난기 넘치는 유저로서, 그래도 처음 시도는 거대한 책더미에 말을 건다는 마음으로 제인 오스틴이 누구와 결혼했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래서 제인 오스틴은 누구와 결혼했지?'라는 질문에 제인 오스틴 백과사전은 위와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조금의 감탄을 했다. 'She married Edward Austen...' 아 제인 오스틴은 에드워드와 결혼했구나(세상에)라고 오해할 수 있을 만큼 적절해 보이는 맥락이 잘린 대답이다. 팩트에 관한 쿼리는 Talk to Books에 딱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조금 받을 수 있다. Google Search로 검색하면 가장 상위에 뜨는 페이지는 "The real reason Jane Austen never married"인데, 일반 서치가 훨씬 정확하다. 아래와 같이 질문을 제대로 해야 제대로 된 답을 얻을 수 있어 보인다.
제인 오스틴으로 시작해서 본격적으로 가지고 놀아보았다. 그다음에 하고자 했던 질문은 다소 철학적이고 섬세한, 지적 욕구를 표방한 멋진 질문이었다!
그리고 진정 Talk to Books의 매력을 알아버렸다. 'Because you have one?'이라니. 심지어 밑에 나온 결과는 'What brain?'이다. 이렇게 위트 넘치고 재밌을 수가! 구글은 재밌는 툴을 만든 게 분명해 보인다.
아래는 구글 서치로 같은 질문을 한 결과인데, 책더미에 물어야 할 질문과 구글 서치에 물어야 할 질문이 구분된다 (물론 확실히 구분되진 않는다).
내친김에 호기심 충만한 질문을 더 해보았다.
'인간은 왜 사랑을 하는가'도 아닌, '나는 왜 누군가를 사랑하는가'라는 다소 애매한 질문을 던졌을 때 꽤나 충격적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정말 앞통수를 한대 통 맞은 것 같다). 기가 막히다.
심지어 책을 사라는 광고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기가 막힘이다 (또 다른 수익모델이 아닐까?). 내친김에 책에 관한 정보를 봤는데 제목도 너무 매력적이다. 'Dozakhnama: Conversation in Hell', 지옥에서의 대화라니.
구글의 자연어 처리는 예상 가능한 수준에서 잘 되어 있겠거니 했지만 이런 식으로 경험하니 느낌이 또 색다르다. 알로(Allo)와 대화할 때랑은 아예 다른 느낌이랄까. 책의 문장으로 쿼리 결과를 출력하기 때문이겠지만 정말 '책'이라 그런지 깊이가 있어 보인다. 한창 호기심 많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라면 Talk to Books를 통해 기존과는 많이 다른 배움의 경험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외에도 재미있는 질문들을 많이 했지만 굳이 공유하진 않겠다 (사적이기 때문이다). 웬만한 검색은 구글 서치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지만 좀 더 deep 한 텍스트를 원하는 사유하는 상태의 유저에겐 Talk to Books만 한 툴이 없을 것이다. 찬사를 이토록 늘어놓는 이유는 구글이 진정 '서칭 하는 즐거움'을 창조했기 때문이다. 구글 서치도 궁금한 것에 대한 결과를 잘 주지만 기능적인 측면이 강한데, Talk to Books의 경우 그보다는 부분 부분 텍스트를 읽는데서 오는 유희적 즐거움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